100배 투자수익률 보장?…'150조 보물선'을 둘러싼 3대 법적 쟁점

  • 150조 금괴 발견 땐 러시아 vs 한국 소유권 분쟁 '예고'
  • 신일그룹과 신일해양기술은 다른회사?…투자자들 집단소송
  • 돈스코이호는 역사적 자료…국내법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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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9 07:00
수정 : 2018-07-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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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돈스코이호. 아주경제 DB. 구글이미지 제공]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신일그룹)이 울릉도 앞바다에서 발견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150조원 보물’의 진위 여부와 ‘신일골드코인’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 회사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돈스코이호 탐사 영상에 따르면 적어도 바다 속에 잠긴 배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대표는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의 금화가 있는지 (우리도)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재산적·문화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일해양기술이 발견한 배가 돈스코이호가 맞다고 해도 이 배의 소유권을 100% 인정받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우선 러시아의 소유권 주장으로 국제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또 발굴물의 역사적 가치가 큰 경우에는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회사가 이러한 사실을 속이고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면 관련 형사처벌도 피할 수 없다. 신일해양기술과 돈스코이호와 관련된 대 3대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러시아 국군묘지' 돈스코이호···과연 한국이 주인일까?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 측과의 소유권 갈등이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 전쟁 중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스코이호는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의 금화와 금괴 5500상자(약 200t)가 실려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면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한 취재진은 기자간담회에서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선원들의 국군묘지로 불릴 정도로 선원들의 유골이 많이 매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의 동의 없이 배 안에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은 약탈이라는 게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일해양기술 관계자는 “만약 돈스코이호가 폭격을 받아 침몰했다면 러시아의 소유권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해군에 포위된 상태에서 기밀문서 보안 등을 이유로 스스로 배를 침몰시킨 '자침'(自沈·자기가 타고 있는 배를 스스로 가라앉힘)일 경우에는 국제 해양법 조항의 적용이 안된다”며 “또 이 배는 100년이 지나 소유권이 상실된 상태기 때문에 한국 발굴법에 따라 최초 발견자가 소유권을 갖는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보물선 인양과 관련된 소유권 분쟁은 국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보물선은 인양 후 소유권을 비롯한 다양한 법적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며 “이해 당사자, 당사국 사이에 충분한 협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국제법에 따라 먼저 한국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국제재판소로 중재로 넘어간다.

인양된 보물선의 소유권을 둘러싼 대표적인 갈등은 콜롬비아 북부 해역에서 발견된 스페인 선박 산호세호 사례가 대표적이다. 1708년 영국전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산호세호에는 30억~170억달러(약 3조5000억~20조원) 상당의 금은보화가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산호세호를 둘러싼 스페인·콜롬비아·미국 3개국의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스페인은 산호세호가 군함이므로 침몰시기 및 장소와 무관하계 자국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콜롬비아 측은 자국 영해에서 침몰한 배를 콜롬비아가 발견했기 때문에 콜롬비아 소유라고 주장했다. 인양기술을 제공한 미국 선박업체는 인양 후 콜롬비아 정부와 보물을 나누기로 합의했다가 분쟁에 휘말렸다. 이와 관련해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2011년 미국 법원은 산호세호의 소유권이 콜롬비아 정부에 있다고 판결했고, 이 판결은 보물섬 소유권과 관련된 국제 판례로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일해양기술 측은 돈스코이호 최초발견자 지위확인과 우선발굴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해 소유권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돈스코이호 도면. 아주경제 DB. 구글이미지]


◆신일골드코인은 어떻게 되나···투자자들, 집단소송 예고

돈스코이호 인양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됐다는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도 신일해양기술이 풀어야 할 숙제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 후에 이 배에 실린 150조원 가량에 보물을 나누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신일기술해양은 “싱가포르에 있는 신일그룹과는 상호만 같을 뿐 아무 관련이 없다”며 “더 이상 오해를 받기 싫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허청에 따르면 신일골드코인과 돈스코이호 상호 출원인은 신일해양기술 전 대표이자 현재도 최대주주인 류상미씨다. 류상미씨와 싱가포르 신일그룹 운영자는 인척관계로 알려졌다. 신일골드코인 거래소 사이트와 SNS계정에는 돈스코이호와 신일기술해양 대표진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신일해양기술이 오해 받기 싫다며 변경한 사명에도 거듭 ‘신일’이 들어가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신일그룹이 국민을 상대로 다단계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150조 보물섬’을 믿고 신일골드코인을 구매했다는 투자자들의 분노가 거세다. 500만원 상당의 신일코인을 구매했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150조 금괴를 인양한 뒤 배당해준다는 유혹에 속아 구매했는데 금괴는 고사하고, 인양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환불도 안된다고 하고, 판매자는 잠수를 탔는데 어떻게 해야되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투자자 박모씨 역시 “추천인 코드가 있어야 구매가 가능한 구조인데다, 소개인에 대한 인센티브도 있어 친구와 친구 딸까지 끌어들여 5000만원 넘게 투자했다”며 “본사에 연락할 방법은 없고, 친구에게 독촉전화가 와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신일골드코인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퇴직금 3000만원을 투자했다는 원모씨는 “신일거래소가 돈스코이호 보물을 홍보하면서 코인을 팔았는데 이제 와서 동명이인의 기업이었다고 꼬리를 자르면 인양 후에도 코인 투자자들은 한 푼도 배당을 못받는다는 얘기”냐면서 “다단계 코인사기로 밖에 볼 수 없다. 투자금액이 정리되는 대로 대표자를 추대해 집단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돈스코이호는 역사적 사료···신일해양기술에 100% 소유권 인정되나

신일해양기술 측은 “돈스코이호는 동아시아를 둘러싼 열강의 패권전쟁과 관련된 역사적 사료”라며 “돈스코이호에서 발견된 전쟁유물·보물·선체 등을 모아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과 박물관, 영화 등 다수의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즉 ‘150조 금괴’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투자자들에 배당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한국의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해저에서 인양한 물건의 경우 원 소유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인양물의 80% 소유권은 인양자에, 나머지 20%는 국가에 귀속된다. 만약 원소유권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법적 분쟁을 거쳐야 하며 또 인양물이 문화재일 경우에는 인양자의 소유권보다 ‘문화재보호법’이 우선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한 해양법 전문 변호사는 “영해에 침몰한 보물선 등은 수중문화재 특별법에 따라 국가에서 직접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의 소유권이 우선된다”며 “이 경우에는 문화재 발굴경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게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스코이호의 경우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사료인데다 최초발견자, 습득자, 발견된 장소의 소유권 등 권리주체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보물 배당과 인양 후 문화 사업으로 투자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신일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물선에 대한 투자 관심 증가, 해양인양기술 발달로 침몰선 인양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는 추세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1983년부터 1999년말까지 침몰된 선박은 1687척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인양된 선박은 243척, 공해 또는 타국에서 침몰된 선박은 154척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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