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잘못하면 누구책임?…AI시대의 법적쟁점

  • 국회도서관·한국법제연구원, 공동세미나서 전문가들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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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1 00:03
수정 : 2018-07-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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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 자율주행차가 주행 중 행인을 치어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뒷자석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행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럴 경우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제작자일까? 아니면 자동차 제조사일까? 자동차에 타고 있던 사람과 자동차 소유자의 책임도 있다면 범위는 각각 어느정도일까?

자율주행차가 실생활에 도입되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김성호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법적쟁점’ 세미나에서 위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법 체계는 지능형 로봇의 불법행위에 대해 대응할 수 없다”며 “기존 불법행위이론 유추를 통해 인공지능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단기적인 시각이기 때문에 유럽 등에서 처럼 관련 분야에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인공지능과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아무리 인류에 유해하지 않도록 설계하더라도 자율주행차 사고, 의료용 로봇의 오진, 채용로봇이 성별·연령·출신 등을 이유로 특정 지원자를 배제하는 불법행위는 발생할 수 있다”며 “강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지능형 로봇이 인간의 조작없이 외부환경에 대한 인식·학습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행위의 책임 범위를 추적하기 더욱 어려워 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불법행위법 체계가 AI에 의한 불법행위에 대응하기에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며 “인공지능 분야에 가장 앞서있고 관련법 연구가 활발한 자율주행자동차 분야만 봐도, 완전한 자율단계에서는 종래의 불법행위 책임 체계로는 ‘자기책임의 원칙’과 ‘손해의 전보’가 충돌하는 법률적 흠결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법, 특수불법행위 규정에 관한 입법도 제안했다. 김 조사관은 “독일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불법행위와 특수불법행위의 구조가 유사하다고 보고 ‘동물점유자책임’ 유추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며 “동물의 소유자가 손해를 피하기 위해선 동물을 통제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사용자책임법, 위험책임법 등을 유추해 로봇의 불법행위에 맞는 특수불법행위책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에서는 정교한 지능형 로봇에 이미 독립적인 책임주체인 '전자인'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책임주체 인정 범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진명 단국대학교 교수는 “원자력, 자동차 사고 등 ‘인간의 행위가 개입되지 않은 손해에 어떤 법리를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AI 전에도 많이 논의됐던 부분”이라며 “제조된 자율성, 즉 AI가 (인간의) 예측을 벗어난 행위를 한 경우 인간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 지가 논의의 쟁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부산대학교 교수는 “법은 인간을 시작으로 권리범위의 주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며 “인공지능 역시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위험책임에 기반한 특수불법행위 도입에는 동의하지만 산업·의료·법조·여가·레저·반려 로봇 등 각 영역에 따라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이 될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세미나는 제헌 70주년을 기념해 국회도서관과 한국법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행사는 김 조사관의 발표 외에도 김도승 목포대학교 교수의 '인공지능 기반 행정의 법적 문제',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의 '인공지능의 해외입법동향과 시사점' 등이 논의됐다.

허용범 국회도서관장은 "이번 세미나가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또 법은 새로운 기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며 "인공지능의 역기능을 최소화하면서 기술발전의 성과를 사회 전체가 공유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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