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 상표등록 될까

“AMERICAN UNIVERSITY”는 새로운 식별력 형성

대법원 2018년 6월 21일 선고 2015후145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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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상표제도는 어떤 명칭에 대하여 상표등록을 하면 독점적으로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같은 상표에 대해 여러 명이 상표출원을 한 경우에는 가장 먼저 상표출원을 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명칭에 대하여 먼저 상표출원을 하였다고 하여 그 명칭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표법은 어떤 명칭들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도 그 중 하나이다. ‘서울’, ‘부산’, ‘전주’, ‘뉴욕’, ‘로마’와 같은 유명한 지명을 어느 한 사람이 독점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 명칭을 상표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이는 공익적으로 매우 부당하다. 예를 들어, ‘서울식당’, ‘서울슈퍼’ 등과 같은 명칭에 대해 상표등록을 허용하여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상표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상표법 제33조). 지난 번 소개한 ‘사리원면옥’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리원”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므로 해당 상표등록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즉, “사리원”은 한 사람이 상표등록을 하여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된 상표는 절대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모든 법칙에는 원칙과 예외가 있듯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관련하여서도 원칙과 예외가 있다. 원칙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예외는 무엇일까?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라도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최근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2. 사실관계

어메리칸 유니버시티(“AMERICAN UNIVERSITY”)는 미국의 워싱톤 D.C.에 위치한 종합대학교이다. 어메리칸 유니버시티는 학교명인 영문의 “AMERICAN UNIVERSITY”를 “대학교육업, 교수업” 등을 지정서비스업으로 하여 2012년 6월 특허청에 상표출원(서비스표출원)을 하였다.

하지만 특허청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상표법 규정을 이유로 2013년 9월 “AMERICAN UNIVERSITY”의 상표(서비스표)출원을 거절하였다. 즉, “AMERICAN”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고, “UNIVERSITY”는 (종합)대학(교)라는 의미로, 이 사건 지정서비스업의 제공주체 또는 업종을 표시하는 단어에 불과하므로, 이들이 결합된 “AMERICAN UNIVERSITY”는 상표법 규정에 따라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상표(서비스표) 출원인인 어메리칸 유니버시티는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제기하였다. 특허심판원은 2014년 12월 “AMERICAN UNIVERSITY”에 대하여 여전히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출원인은 다시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2015년 7월 출원인의 손을 들어주었고, 2018년 6월 대법원도 마찬가지로 “AMERICAN UNIVERSITY”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3. 판결요지

원칙적으로 상표법에 따라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이 다른 식별력 없는 표장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결합으로 본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을 떠나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이는 과거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후958 판결 등)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표장이 결합한 상표에 새로운 관념이나 새로운 식별력이 생기는 경우는 다종다양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새로운 관념이나 식별력이 생겼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대학교를 의미하는 단어와 결합되어 있는 상표에 대해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표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대학교라는 단어의 결합으로 본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떠나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한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대학교라는 단어의 결합만으로 무조건 새로운 관념이나 식별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대법원 판결(2015.1.29. 선고 2014후2283 판결)에서도, “서울대학교”와 관련하여,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서울”과 “대학교”가 결합하여 단순히 “서울에 있는 대학교”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울특별시 관악구 등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종합대학교”라는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서울대학교”는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AMERICAN UNIVERSITY”의 경우, “AMERICAN”이라는 단어와 “UNIVERSITY”라는 단어가 결합하여, 전체로서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고,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AMERICAN UNIVERSITY”는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출원상표(서비스표)인 “AMERICAN UNIVERSITY”에서 “AMERICAN”은 “미국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수요자에게 미국을 직감하게 하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한다. “UNIVERSITY”는 “대학” 또는 “대학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② 출원상표(서비스표)는 원고가 운영하는 대학교의 명칭이다. 이 대학교는 미국 워싱톤 D.C.에 위치한 종합대학교로서, 1893년 설립된 이래 120년 이상 “AMERICAN UNIVERSITY”를 학교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③ “AMERICAN UNIVERSITY”는 50개 이상의 학사학위, 석사학위와 10개 이상의 박사학위 과정 등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대학교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방송국, 아시아학센터, 세계평화센터 등의 부속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교의 재학생 수는 1만여 명에 이르고, 한국 학생도 2008~2009년에 123명이 입학한 것을 비롯하여 매년 꾸준히 입학하고 있다. 이 대학교는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연세대학교와 해외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숙명여자대학교, 고려대학교와 공동으로 복수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④ 이 대학교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미화 1800만달러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하였다. 이 대학교의 웹사이트 방문 횟수는 2012년도에 850만회 정도 된다. 이 대학교는 2013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발표한 미국 대학 순위에서 77위에 올랐고, 특히 국제업무 분야가 유명하여 여러 매체로부터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AMERICAN UNIVERSITY”를 검색하면, 2013년 6월 17일 기준으로 59,761건의 블로그 검색결과, 22,770건의 카페 검색결과, 5,876건의 지식인 검색결과가 나타난다. 그 대부분은 이 대학교와 관련된 내용으로서 해외유학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이 대학교에 관한 정보 등을 얻기 위하여 “AMERICAN UNIVERSITY”를 빈번하게 검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⑥ 이 대학교의 연혁, 학생 수, 대학시설, 국내외에서 알려진 정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AMERICAN UNIVERSITY”의 실제 사용내역 등에 비추어 볼 때, 출원상표(서비스표)는, 지정서비스업인 대학교육업 등과 관련하여 미국 유학준비생 등 수요자에게 원고(어메리칸 유니버시티)가 운영하는 이 대학교의 명칭으로서 상당한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⑦ 따라서 이 사건 출원상표(서비스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AMERICAN”과 기술적 표장인 “UNIVERSITY”가 결합하여 전체로서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고 있고 나아가 지정서비스업인 대학교육업 등과 관련하여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 제7호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AMERICAN UNIVERSITY”의 경우, “AMERICAN”이라는 단어와 “UNIVERSITY”라는 단어가 결합하여, 전체로서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고,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AMERICAN UNIVERSITY”는 상표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4. 판결의 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의 상표등록을 허용하여 상표권자가 이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유명한 지명 등을 상표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상표법은 이러한 입장에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고집하다 보면 서울대학교, 부산대학교, 전남대학교와 같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결합된 대학교들이 자기들의 학교명에 대해서조차 상표(서비스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상표법은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경우에는 그 상표를 사용한 상품에 한정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저명하게 알려진 상표는 이러한 경우에도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의 적용을 받으려면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이 다른 식별력 없는 표장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결합으로 본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을 떠나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본 판결에 따르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원칙적으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지만,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5. 나가며

본 판결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도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예외는 예외다. 예외는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 또는 이것과 식별력 없는 표장을 결합한 상표의 경우, 위와 같은 예외를 인정받아 상표등록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예 안 되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이러한 상표를 꼭 사용하여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사진=특허법인 무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