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조작’ 의혹…정치권, ‘단순 실수’도 ‘범죄’

  • 전수조사 통한 투명한 결과 공개
  • 근본적 시스템 보완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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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2 06:00
수정 : 2018-07-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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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걸린 대출상품안내문 사진이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은 일부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의혹 사태와 관련해 ‘단순 실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은행에서만 1만건이 넘게 나온 건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적 압박에 따른 ‘조직적인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1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불법대출과 마찬가지로 고객의 정보를 의도적·고의적으로 잘못 기입해서 했을 경우에도 고객과의 신뢰관계에 있어서 배임, 사기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은 2일 국회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긴급 현안보고를 받는다.

자유한국당은 관련 부처의 전수조사 등 진행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황상 고의로 묵인하거나, 조직적인 조작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 “나머지 은행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보고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은행들은 (금리조작 의혹에 대해) 단순 실수라고 하지만, 이는 범죄나 다름없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엄중하게 책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올해 2∼5월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올려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경남·KEB하나·한국씨티은행은 이를 시인하고, 부당하게 받은 금리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경남은행은 최근 5년간 대출 1만2000건에서 이자 25억원을 더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부당한 대출금리 산정으로 수년간 부당이득을 취해온 것이 확인돼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직접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관련 부처의 발표에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이 문제가 이미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촉발했고 그 배후에 은행들의 부당 행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문제 인식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원 측은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금융당국은 제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정치권의 대책에 대해 여전히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처벌도 해야 하지만 재발 방지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 정보 투명화 등 시스템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대출자가 관련 서류를 은행에 제출하고, 직원이 입력하는 대신 회사에서 은행에 바로 정보를 보내는 전산화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 사고 치료와 같이 의료기관이 환자 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직접 전송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까지도 개정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대출금리 중에서도 가산금리 부분에서 발생했다. 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8개 은행 자금조달금리 가중평균)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가산금리는 시장 상황이나 대출자의 소득·담보에 따라 개별적으로 산출된다.

은행은 전산시스템에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이 기준보다 높으면 가산금리가 높아지도록 했다.

창구 직원은 대출자가 소득이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기입하거나 담보를 누락했다.

또 전산상으로 산출된 금리가 아닌 임의로 최고금리를 적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신청할 때 원천징수 영수증을 받게 돼 있는데, 여기 나타난 소득 금액을 입력하지 않거나 직원 임의로 입력했다”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은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 아무 상관이 없고 금융당국에 권한만 더 주는 꼴”이라며 “금융시장과 소비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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