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별세] "독재 부역자에게 최고훈장? 철회하라"

  • "역사발전 발목" "지역감정 조장"
  • 민간인 최고 등급 무궁화장 두고
  • 정치권·학계·시민사회 일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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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4 17:30
수정 : 2018-06-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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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일반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방침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16 쿠데타부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김 전 총리의 행적을 둘러싼 각각의 평가를 바탕으로 훈장 추서에 대한 찬반 입장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발단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훈장 추서 방침' 언급이었다.

이 총리는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김 전 총리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었고, 전임 총리였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서 소홀함 없이 정부에서 꼼꼼하게 챙기겠다"며 "훈장 추서를 하기로 내부적으로 정했고 어떤 훈장을 추서할지는 방침이 정해지면 바로 보내드리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서를 검토하고 있는 훈장 등급은 국민훈장 무궁화장으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 훈장이다.

하지만 이 총리의 이런 언급 이후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 반대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그가 남긴 과오를 보면 자연인 김종필의 죽음조차 애도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며 "독재 권력에 부역하며 역사 발전의 발목을 잡은 인물에게 훈장 수여는 가당치 않다. 정부는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훈장 추서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민주적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 주모자, 독재주구, 친일 역적행위, 지역감정 조장, 부정부패의 대표적 인물"이라면서 "정부는 왜, 무슨 공로가 있어서 훈장을 주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상만 인권운동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종필 전 총리는 쿠데타를 성공시킨 공적으로 생애 온갖 부와 영광을 독차지한 하수인이자 제2의 쿠데타 주역"이라면서 "그런 자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쿠데타를 부추기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식이면 전두환이 죽어도 훈장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훈장 추서를 취소하라는 글이 24일 오후까지 수십 건 올라왔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매국노 김종필 국가훈장을 반대한다'는 등의 비판 글이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이 같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국민훈장 중 최고인 무궁화장으로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특별히 논란할 사안은 아니"라며 "한국사회에 남긴 족적에 명암이 있고, 국가에서 충분히 예우를 해서 (추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명암은 엇갈리지만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기신 큰 어르신으로 국민은 기억할 것"이라며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다고 하니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본래 훈장 추서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관례적으로 정례 국무회의에 앞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와 관련해 "정부 방침이 먼저 정해지면 훈장을 보내드리고 국무회의 의결을 사후 하는 식으로 하겠다"는 '선(先) 추서 후(後) 의결' 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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