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본 '재판 거래' 의혹 사건

대법 특조단...사법부 블랙리스트 3차 조사 결과 발표

양승태 전 대법원장...재판 거래 혐의 부인

김명수 딜레마...직접 고발ㆍ수사의뢰 검토

검찰 수사 쟁점은...재판 거래 의혹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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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김명수 대법원장 (오른쪽)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Q.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일지

지난해 3월 5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보도가 처음 등장했다. 같은 달 9일 법원행정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해 4월 18일 진상조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같은 해 11월 3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1월 22일 추가조사위는 2차 조사 결과 “법관 사찰 및 재판부 동향 파악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고, 김 대법원장은 3차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특별조사단이 지난 2월 구성돼 지난달 25일 3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Q. 지난달 25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한 대법원 특조단의 조사결과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 2월 12일부터 102일 동안 법원행정처 컴퓨터, 관련자들을 상대로 물적‧인적조사를 벌여왔다. 이번 조사 핵심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전직 기획심의관 2명으로부터 비밀번호를 받아 들여다본 암호가 설정된 문건들이었다. 특조단은 암호 파일 1112개를 포함해 총 3만7000여개 파일을 조사했다.

Q. 특조단이 들여다본 ‘문건’은 무엇인가

410개 문건 중 총 3건이 부분 공개됐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2016년 3월 10일)’, ‘전교조 법원 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 3일)‘, ’현안 관련 말씀자료‘(2015년 7월 27일)등이다.

특히 현안 관련 말씀 자료 중 ‘상고법원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해당 문건에는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이라고 쓰여 있다. 대법원이 대형사건 재판 시 청와대와 사전에 판결을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돼 ‘재판 거래’ 의혹이 일고 있다.

이밖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 사건,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가배상 사건, KTX 근로자 복직 사건, 쌍용차 해고 사건, 통상임금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을 박근혜 정권에 잘 보여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되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Q.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왜 상고법원에 집착했나

상고법원 제도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내내 집착한 정책이다.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맡는 상고심(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을 별로도 맡는 법원을 말한다.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민·형사 등 일반사건은 상고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사건은 대법원이 맡아 심리해 판결한다.

대법관 1명당 연간 30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상고법원 추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재판이 사실상 4심제로 진행될 우려가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상고법원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16년 5월 제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Q. 특조단의 ‘사법부’ 봐주기 논란

특조단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 등에 파악한 파일이 존재했음을 확인했다. 다만 리스트를 작성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유죄 판결이 어이지는 상황에서 제 식구 봐주기란 지적이 나온다.

또, 특조단은 행정처 추진업무에 부정적인 법관 등을 ‘사법행정위원회’에서 배제하기 위해 판사 성향 분석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적절하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사법제도 개선을 요구한 판사를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사법행정권 남용”이지만 “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Q. 특조단 고발 ‘NO’ 징계 ‘YES’

특조단은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다”면서 “의혹 관련 행위자별로 관여 정도를 정리해 징계청구권자 또는 인사권자에게 전달”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징계는 현직 법관에게만 가능한 조처로 임 전 법원행정처장 등은 퇴직해 징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특조단 판단과 관련해서 한 현직 판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돼 재판이 열릴 수 있는 사안인데도, 특조단이 사실상 수사‧재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Q.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입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특조단 조사결과 발표 일주일만인 지난 1일 모습을 드러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해 대해 억울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일선 판사들은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비판을 했다.

Q. 김명수 대법원장의 선택지는

▲대법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사 의뢰나 고발 등에 나서는 방안 ▲법원 내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검찰 수사에는 선을 긋는 방안 ▲수사 의뢰 등의 조치는 하지 않지만 이미 접수된 고발 건에 대해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Q. 판사들의 집단 움직임 확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서울가정법원‧인천지법이 4일 판사 회의를 연다. 5일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7일에는 전국법원장간담회가 열리고 오는 11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예정돼 있다.

특히 전국법원장간담회는 최고참 판사들의 회의체로, 젊은 법관들이 대다수인 판사 회의와는 다른 의견이 도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때문에 5일로 예정된 사법발전위원회 의결 결과가 김 대법원장의 후속조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최종 결정은 이달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Q.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법조계 반응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을 통해 치부와 민낯을 밝혀서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이번 사건을 “사법부 근간을 흔든 사법농단”이라며 “사법 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 거래를 묵인한 세력에 대해서도 응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 29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사법부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변협은 “재판과 법관의 독립 및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상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너무나 엄중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Q. 국정조사 가능성은

법조계에선 실제 검찰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은 만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정조사를 거쳐 진상을 밝힌 뒤 혐의점을 추려 고발하는 방식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만큼 조사 범위가 범죄성립 부분으로 줄어들 우려가 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로비 대상으로 삼은 국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이 추진하던 ‘상고법원’ 설치를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에 여‧야 의원 168명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Q. 검찰 수사의 걸림돌은

지난달 30일까지 9건의 고발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현 대법원의 수사 의뢰나 고발 등의 조차기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검찰 고위 관계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법원 내부의 직무와 관련한 사안인 만큼 수사를 할 경우 대법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최소한 비공식적인 형태로라도 대법원에서 ‘협조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어야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 지난 1월 참여연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배당돼 있다.

Q. 만약에 검찰 수사가 이뤄진다면...검찰 수사 핵심 쟁점은

검찰 수사 핵심 쟁점은 특별수사단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2015년 8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오찬 회동에서 ‘재판 거래’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조단은 ‘현안 관련 말씀자료’가 실제 청와대와의 거래에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오찬 회동 말씀자료는 이미 대법원 판결을 선고한 사건들로 법원행정처가 사후적으로 사례를 수집한 것"이라며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 것일 뿐"이라는 임 전 차장의 진술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20일 김모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1심의관이 2만45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한 경위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김 심의관이 인사이동 당일 새벽에 대량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