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머니LAW] 笑笑 vs 와라와라…상표권 둘러싼 '한일전' 승자는?

'등록주의' 원칙 상표법…먼저 등록하는 사람이 상표 권리 소멸 전까지 '전권'

나중에 등록한 상표는 무조건 무효?…대법원, 모방상표 권리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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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국내 상표법은 등록주의가 원칙이다. 상표의 권리, 존속, 소멸이 상표 등록에 의해 판단된다는 의미다. 상표를 등록한 자는 상표가 소멸되기 전까지 유효한 권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상표는 오래 사용할수록, 또 대중에 널리 알려질수록 취득권자의 권리가 강하다. 대한항공 사례처럼 상표 등록 절차의 하자나 위법성을 막론하고 ‘먼저 선점하는자’가 유리한 게임이라는 의미다.

물론 상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특수한 경우도 있다. 특정 상품의 원산지, 재료, 지리적 명칭 등 일반명사를 상표로 등록하려는 경우다. 이외에도 이미 널리 알려진 상표와 비슷하거나 국내외 수요자들에게 다른 이의 상표로 널리 알려진 것 등도 상표 등록을 할 수 없다. 이런 몇몇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은 먼저 상표로 등록한 자에게 상표권을 인정해 주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표를 나중에 등록한 업체는 권리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일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100%는 아니다. 대법원은 2012년 판결에서 상표를 나중에 등록했더라도 부당한 목적에 사용되거나 모방대상 상표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부정한 목적이 아니라면 등록을 무효화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소송에서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지만 결국 특허법원이 판결을 정정하면서 상표 모방권자가 최종 승소했다.

이 사건은 일본의 주류기업 가부시키가이샤 몬테로자(이하 몬테로자)가 한국의 주점업체 에프앤디파트너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무효등록 소송이다. 몬테로자는 1983년 일본에 설립돼 ‘笑笑(소소)’라는 주점브랜드 등을 운영하며 연매출 6000억원대를 올리는 현지 주점업계 1위 기업이다. 에프앤디파트너 역시 한국에서 ‘와라와라(WARAWARA)' 등의 주점브랜드를 운영하는 연매출 500억원대 중소기업이다.

몬테로자는 2011년 “笑笑의 일본어 발음이 한글로 ‘와라와라’로 읽힌다”며 에프앤디파트너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한국 특허심판원에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에프앤디파트너가 상표법 제7조 제1항 12호를 위반했다며 몬테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조항은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된 상표(지리적 표시 제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특정인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허심판원은 “국내 일본어 보급현황을 볼 때 ‘와라와라’ 상표가 국내외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를 표시한다는 인식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고, 동 상표가 유사한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되면 상품 출처의 혼동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상표의 창작성과 부정한 사용목적도 인정했다. 심판원은 “와라와라는 원래 일본에 없는 단어인데, 몬테로자가 ‘わらう(와라우)’로 훈독되는 한자 笑를 연달아 쓰고 이것이 'わらわら(와라와라)'로 읽히도록 병기했다는 점에서 창작성이 인정된다”며 “또 유재용 에프앤디파트너 대표가 일본 선술집 벤치마킹을 하는 과정에서 '笑笑'를 다수 방문했고, 2003년 창작주점 '와라와라'에 앞서 '소소(2002)'를 오픈했으며, 이들 주점의 실내 분위기와 인테리어, 영업방식 등이 대부분 유사하다는 점을 봐서 부당한 목적의 상표사용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상표가 특정인의 상표라는 사실이 인정되려면 출원 당시 객관적으로 해당 상표가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졌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또 상표의 부정한 목적을 판단할 때는 모방대상상표의 인지도, 창작성, 등록상표 출원인의 상표를 통한 구체적 사업 준비 여부, 거래실정, 상호교섭,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전수안 당시 재판장은 판결문을 통해 “등록 상표가 위반규정(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에 해당하려면 모방대상 상표가 국내 또는 외국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돼야 한다”며 “한데 상표출원 당시 ‘와라와라’가 일본 수요자들 사이에 특정인의 서비스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현저하게 인식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상표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냉동 완두콩 상표인 ‘WARAWARA’ 출원 당시 에프앤디파트너가 이미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획득한 반면 몬테로자는 국내에 거의 알려진 바 없고, 몬테로자 역시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바가 없다”면서 “해당 사건은 원 상표권자의 명성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출원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 원심판결을 파기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