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특허발명을 둘이 나눠 실시한 경우 특허침해가 될까?

서울고등법원 2017년 8월 21일 선고 2015라20296 판결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1. 들어가며

불과 5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를 일주한 사람은 없었다. 마젤란이 처음으로 지구를 일주하였다. 그때는 3년이 걸렸다고 한다. 200년 전쯤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소설이 발표되었을 때, 80일간의 세계일주는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였다. 지금은 2-3일이면 세계일주가 가능하다.

100년 전 인간은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였지다. 하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굶주림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적은 퍼센트의 사람이 농업에 종사함에도, 충분히 대부분의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을까? 바로 과학기술이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과거에는 이루지 못했던 엄청난 것들을 성취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은 엄청난 부가가치로 연결된다. 각 국가들도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핵심이 되는 것이 특허제도이다.

특허제도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특허권이라는 독점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특허권자 이외의 사람이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발명을 실시하면 특허권 침해가 되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특허권 침해는 원칙적으로는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라 침해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특허발명이 부품A, 부품B, 부품C를 포함하는 경우 어느 누가 부품 A, B, C 모두를 생산하거나 판매 하여야 침해가 된다. 특허발명이 부품 A, B, C를 모두 포함하는 데, 이 중 부품 A만 생산한다고 해서는 침해로 볼 수는 없다. 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법리이다.

다만 최근에는 부품 A를 다른 회사에 주문하여 생산을 하고, 부품 B, C만 자기가 생산하는 것과 같이 특허발명 중 일부의 구성을 다른 주체가 실시하도록 하는 게 어렵지 않다. 따라서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고집할 경우 특허권자 보호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한 판례 등이 등장하였고, 국내 학계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중요한 판결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본 특허발명의 발명자는 안면 리프팅 시술(늘어나거나 주름진 피부를 당겨주어 탄력 있는 피부를 만들고 주름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의 시술)에 사용되는 키트를 발명하고, 이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상기 키트는,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로 구성된다(상세한 기술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회사A는 발명자로부터 이 특허발명을 양도 받아 특허권자가 되었고, 이를 생산·판매하였다. 특허권은 재산권이어서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다. 일본의 B병원은 특허권자(A)로부터 특허제품인 안면 리프팅 시술 키트를 수입하여 안면 리프팅 시술을 하였으나, 2013년 11월부터는 특허권자로부터의 제품수입을 중단하고, 다른 업자로부터 제품을 수입하여 안면 리프팅 시술을 하였다.

의료용구와 의료기기의 수출입업을 목적으로 하는 수출업체(C)는, 중개업체를 통하여, 제조업자1에게 카테터 및 스타터의 제작을, 제조업자2에게 허브의 제작을, 제조업자3에게 봉합사의 제작을 의뢰하였다. 제조업자1, 제조업자2 및 제조업자3은 생산된 카테터, 스타터, 허브 및 봉합사를 수출업체(C)에게 전달하였다.

수출업체(C)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양도받은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를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아니하고, 2013년 10월경부터 카테터, 스타터는 일본 B병원에, 허브, 봉합사는 싱가포르 회사1에 수출하였다.

싱가포르 회사1은 일본 B병원의 병원장의 부인이 설립하고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다. 싱가포르 회사1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 회사2는 싱가포르 회사1이 수입한 허브, 봉합사를 2013년 11월경부터 일본 B병원에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3년 12월부터는 수출업체(C)가 허브, 봉합사를 싱가포르 회사1에 수출하지 않고, 제2 수출업체가 허브, 봉합사를 싱가포르 회사1에 수출하기 시작하였다. 제2 수출업체의 대표는 수출업체(C)의 대표의 친형이었다.

3. 판결요지

(1) 수출이 특허발명의 실시인지 여부

수출업체(C)는 특허발명인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 모두를 수출했다. 수출이 특허발명의 실시라면 수출업체(C)는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르더라도, 특허발명 모두를 실시한 것이므로 특허침해가 된다. 따라서 수출이 특허발명의 실시인지 여부가 다투어 졌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특허법은 ‘실시’의 태양을 물건의 발명의 경우, 그 물건을 생산, 사용, 양도, 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로 한정적으로 열거하면서(특허법 제2조 제3호), 특허권자에게 업으로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시키고 있으므로, 특허권자가 아닌 자가 특허발명인 물건에 관하여 특허법 제2조 제3호의 “실시”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한하여 특허권의 침해를 구성하게 된다.

또한, 특허법 제2조 제3호에서 ‘수출’은 물건 발명의 실시 태양에서 제외되어 있는 점을 참작할 때, 위 규정에서의 ‘양도’란 국내에서 물건의 소유권을 타인에게 이전하는 것으로서, ‘수출’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위 ‘수출’에 ‘양도’가 수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아닌 자가 특허발명인 물건을 수출하는 행위는 위 ‘실시’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특허권이 미치지 아니한다.

이 사건에서 수출업체(C)는 제조업자1로부터 납품 받은 이 사건 카테터, 스타터를 싱가포르 회사1에게, 제조업자2와 제조업자3로부터 납품 받은 이 사건 허브, 봉합사를 일본 B병원에 각각 수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수출업체(C)의 위 수출행위는 특허법 제2조 제3호의 ‘실시’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위 수출행위에는 특허권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즉, 재판부는 어떠한 행위가 특허발명의 실시인지는 특허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수출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수출’은 특허발명의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복수 주체에 의한 특허 침해 성립 여부

수출업체(C)는 특허제품의 부품 중 카테터, 스타터는 제조업자1에게, 허브는 제조업자2에게, 봉합사는 제조업자3에게 제작 의뢰하여 부품을 받아서 수출하였다. 실제 생산은 제조업자 1, 2, 3이 나누어서 하였는데, 이를 수출업체(C)의 특허침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른다면, 수출업체(C)는 특허제품 모두를 생산, 양도 등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복수 주체에 의한 특허침해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특허 청구항을 복수의 구성요소로 구성한 경우에는 그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을 보호하는 것이지 각 구성요소를 독립하여 보호하는 것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단일 주체가 모든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체로서의 특허발명을 실시하여야 그 특허발명에 관한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된다(이른바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

다만, 복수 주체가 단일한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를 분담하여 실시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① 복수 주체가 중 어느 한 단일 주체가 다른 주체의 실시를 지배, 관리하고, 그 다른 주체의 실시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에는 다른 주체의 실시를 지배, 관리하면서 영업상의 이익을 얻는 어느 한 단일 주체가 단독으로, ② 복수 주체가 각각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의사, 즉 서로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의사를 가지고, 특허발명의 전체 구성요소를 나누어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들 복수 주체가 공동으로 특허침해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수출업체(C)는 제조업자1 등의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의 제작을 지배, 관리하고, 이를 수출함으로써 영업상의 이익을 얻었으므로, 수출업체(C)가 이 사건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를 생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카테터, 스타터를 제작한 주체는 제조업자1이고, 허브를 제작한 주체는 제조업자2, 봉합사를 제작한 주체는 제조업자3이기는 하나, 이들은 수출업체(C)가 중개업체를 통하여 그 제작을 의뢰함에 따라 이를 제작하였고, 이 사건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는 최종적으로 수출업체(C)에게 양도되어 그 지배, 관리 아래에서 일체로 처분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

이 사건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의 판매 과정 및 경로에 비추어 볼 때, 수출업체(C)는 개별 제품이 일본 B병원 등에서 특허권자의 제품과 같은 용도로 사용될 것을 예정하여 중개업체를 통하여 제조업자1, 제조업자2, 제조업자3에게 이러한 용도에 맞는 형태와 규격 등으로 그 제작을 의뢰하여 이들 물건을 공급받은 다음, 위와 같은 경로를 통해 수출하는 방식에 의해 영업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의 제작 및 유통 과정, 지배·관리 형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수출업체(C)는 추가적인 가공, 조립 등의 생산과정 없이도 위 각 제품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갖춘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재판부는 수출업체(C)가 특허발명의 전부(카테터, 스타터, 허브, 봉합사)를 생산한 것은 아니지만, 제조업자 1, 2, 3의 실시를 지배, 관리하고, 제조업자 1, 2, 3의 실시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수출업체(C)가 단독으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4. 판결의 의의

특허침해 판단에 있어서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고집하는 경우 특허침해의 회피가 용이해지고, 특허권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특허발명 중 일부만 실시한 경우를 무제한적으로 특허침해라고 한다면,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복수 주체에 의한 특허침해 문제에 대하여 업계 및 학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본 판결은 이러한 복수 주체에 의한 특허침해 판단을 위한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가 있다.

본 판결은 크게 2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복수 주체(A, B)가 단일한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를 분담하여 실시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복수 주체가 중 어느 한 단일 주체(A)가 다른 주체(B)의 실시를 지배, 관리하고, 그 다른 주체(B)의 실시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에는, 다른 주체(B)의 실시를 지배·관리하면서 영업상의 이익을 얻는 어느 한 단일 주체(A)가 단독으로 특허침해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A와 B가 특허발명을 나누어 실시하더라도, A가 B를 지배·관리하고 영업상 이익도 얻었다면, A 단독의 특허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복수 주체(A, B)가 단일한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를 분담하여 실시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복수 주체가 각각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의사, 즉 서로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의사를 가지고, 특허발명의 전체 구성요소를 나누어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들 복수 주체가 공동으로 특허침해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A와 B가 서로의 실시행위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의사를 가지고 특허발명을 나누어 실시한 경우에는 A와 B가 공동으로(A와 B 모두) 특허침해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5. 나가며

40년 전인 1978년 한국의 특허출원건수는 4,015건이었다. 작년은 204,775건이었다. 40년간 50배 성장한 것이다. 1978년 이후 한국특허출원 건수는 IMF 위기(1998년), 리만 쇼크 위기(2008년)를 빼고는 매년 증가해왔다. 특허는 대한민국의 성장과도 그 궤를 함께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2016년, 2017년 특허출원건수는 2년 연속 감소하였다. 1964년 이래, 2년 연속 특허출원건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허출원건수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이다. 기업이나 발명자에게 특허출원을 독려한다고 하여 특허출원건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혁신과 발명이 넘칠 때 특허출원은 증가한다. 그래서 최근 2년 간의 특허출원 감소를 바라보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혁신과 발명가 정신의 침체가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길 소망한다. 어디선가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술자, 개발자, 연구원, 기업가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인류는 그들에 의한 수 많은 작고 큰 발명들 위에 서 있다.
 

[사진=특허법인 무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