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정치人] "탄핵 가장 큰 사건"…'세균맨' 정세균 의장 퇴임간담회

"국회 특활비 절반 축소 성과" 자평

"개헌 정파의 이해 벽 못 넘어" 아쉬움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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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2년간의 작은 발자취가 후대에 유의미한 이정표가 되길 소망합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임기 종료일 하루 전인 28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기 2년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정 의장은 6선을 하는 동안 여야를 모두 경험한 능력을 바탕으로 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었다. 국회 안팎에선 정 의장에 대해 2년 동안 꽉 막힌 여소야대 상황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풀어나갔다고 호평한다. 오래전부터 정계에서 '미스터 스마일'로 불렸던 그는 의장을 하는 동안 '세균맨 균블리'(사랑꾼 정세균)라는 별칭도 얻었다.
 
정 의장은 임기 내 가장 큰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꼽았다. 그는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 국정 공백 없이 새 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며 "들불처럼 일어선 민심을 깊이 헤아린 결과이자 입법부로서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한 계기"라고 말했다.

또한, 16년 만에 이뤄진 다당제 국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담당했던 정 의장은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회상했다. 취임 후 국회 청소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점, '국회 특권 내려놓기'를 위해 불체포특권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점,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 국외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점 등에 대해서도 스스로 높이 평가했다. 

한동안 논란이었던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 반대'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판결을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선도적으로 특활비의 제도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며 "특활비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된 뒤 첫해에 23%, 두 번째 해엔 35%를 삭감해서 원래 80억원 총액인 특활비가 40억원, 즉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개헌론자'인 정 의장은 31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정파의 이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대결적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다당체제에 걸맞은 협치의 모델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같이 여기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유한국당 염동열·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서도 "(그 당시에) 큰일 났구나 생각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의사결정이 국회에서 이뤄져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만 "20대 국회는 불체포 특권과 관련된 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72시간이 지나면 (체포동의안 표결은) 없던 것으로 했던 '방탄 국회'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장은 29일 2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평의원으로 돌아간다. 그는 "공동체의 화합과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한다"며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구민과 소통하며 후배 정치인 양성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정 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일제히 마무리된다. 의장 임기 만료 5일 전 새 의장단을 선출하고 원 구성 협상을 해야 하지만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원 구성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최장 두 달까지 '공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SNS(사회관계망시스템)에 자신의 별칭인 '세균맨' 캐릭터 인형과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이 자신을 닮았다고 한 '루피' 인형을 안고 관심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정세균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