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문무일 검찰총장…검사들의 항명인가 음모인가

안미현·양부남 문 총장 비판..."검찰 총장이 외압 가했다"

정치권 문 총장 '책임론'...일선 검사들 문 총장 옹호

과거 한상대 전 총장 항명 끝...결국 옷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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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와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강원랜드 수사'와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일선 검사들의 폭로 사태에 문 총장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검란(檢亂) 사태가 수장의 사퇴로 이어진 전례를 볼 때 문 총장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안 검사는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총장이 지난해 12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환하려는 춘천지검장의 계획을 호되게 질책했다며 문 총장의 외압 정황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최고위직, 현직 국회의원을 불문하고 외압에서 자유로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 총장은 “사실관계가 다르다. 질책한 적이 있다”면서도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장인 양부남 지검장은 안 검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문 총장을 압박했다.

양 지검장은 “지난 1일 자유한국당 권성동 국회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알리자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전문자문단’을 대검찰청에 구성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두 검사의 폭로에 문 총장은 16일 “검찰권이 바르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게 검찰총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외압 의혹에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문 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선 검사들의 이례적인 수장 비판 논란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줄곧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의 이익을 대변해 왔던 문 총장의 리더십에 상처가 난 것으로 보인다.

벌써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 총장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철저한 수사를 독려해도 모자랄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에 외압을 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로 “강원랜드 수사에 문 총장과 검찰 수뇌부 역시 수사대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폭로 사태가 최종적으로 문 총장의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거 검찰 총장에 대한 내부 반발 논란은 총장 낙마로 이어진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상대 전 총장은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밀어붙이다 당시 최재경 중수부장을 등 내부 반발에 직면해 결국 퇴진했다.

과거로 더 올라가면 1999년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도 있다. 당시 심 고검장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핵심이었던 이종기 변호사로부터 떡값과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사퇴 종용을 받자 "검찰 수뇌부가 후배 검사들을 희생양으로 만든다"며 상경 기자회견까지 벌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검찰 수뇌부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심 고검장을 파면시켰지만 이후 대법원에서 심 고검장은 파면 무효판결을 받았다. 심 고검장의 항명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지만 한 전 총장은 사퇴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이후 갈등 봉합 양상에 따라 문 총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문 총장에 대한 두 검사의 폭로에 대해 일부 일선 검사들은 “안 검사의 폭로가 무리하다”는 주장을 해 문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15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한 지방검찰청 검사는 “총장이 이견을 갖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들어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총장의 존재와 권한을 몰각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사도 “검찰총장이 수사를 담당한 검사에게 ‘증거가 부족하니 더 확보하라’고 지시한 게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6일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계자의 의견이나 주장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그로 인해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쳐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돼 불필요한 논쟁은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