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머니LAW] 장거리 해외출장, 비행기 대기시간은 근무일까?

  • 야간, 주말에 떠나는 해외출장…연장근로, 휴일근로수당 지급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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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4 16:46
수정 : 2018-05-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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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 중소 무역회사에서 해외영업팀장으로 일하는 A씨. 작은 회사라 늘 일손이 부족하다. A씨는 평일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주말을 이용해 해외출장에 나선다. 대부분 장거리 출장이기 때문에 비행기 대기시간, 이동시간 등까지 포함하면 근무시간이 평소보다 두세 배 길다고 생각하던 찰나, 문득 의문이 생긴다. 해외출장 시간 중 얼마만큼이 근무시간일까. 또 비행기 연착, 대기, 이동시간까지 근로에 포함될까? 그럼 얼마나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오는 7월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을 앞두고 휴일 및 연장근로수당 지급과 관련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해외파견 및 출장이 잦은 근로자들은 평일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렵다. A씨의 사례처럼 해외출장이 잦은 경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볼지, 특히 야간 시간대 출국하는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의문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접대로 인한 야간 술자리, 주말 골프접대 자리 등을 근로로 봐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도 법리적 쟁점으로 떠오른다.

위 A씨는 회사와 그 법적인 쟁점을 다퉜다. 수원지법은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근로수당 지급소송에서 “근로자가 해외출장, 이를테면 출입국 절차, 비행 대기 및 비행, 현지이동 및 업무 등에 사용한 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가 해외출장 중 소정근로시간(평일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을 초과해 연장·야간·휴일 근로한 사실을 인정, 피고(사측)는 219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은 회사가 항소를 포기해 그대로 확정됐다.

근로기준법 제58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또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A씨가 해외출장 과정에서 사용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 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휴일근로와 시간 외 근로가 중복되는 경우에는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과 시간 외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각각 산정하라고 판단했다. 근무시간은 현지시간이 기준이며, 국제선 출국수속시간은 2시간, 입국수속 시간은 1시간을 각각 적용했고, 비행 및 환승 등을 위한 대기시간은 4시간마다 30분의 휴게시간을 적용해 근로시간을 산출했다.

이번 판단은 그동안의 관행과 정면 배치된다. 근로기준법 50조의 근로시간 행정해석에 따르면 ‘근로자가 출장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서류, 귀중품 등을 운반하거나 물품감시 등 특수한 업무수행이 동반되지 않아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면 이 기간은 사용자의 지배하에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 기업들은 이러한 해석을 적용해 근로자 출장 시 이동시간 등에 대해선 별도의 연장근무나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A씨의 승소 사례를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욱래 태평양 변호사는 “당직은 업무에 대한 긴밀도, 긴장감이 떨어지고 평소 통상적인 업무와 다르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며 “출장으로 인한 대기시간도 ‘근로자의 자유가 약간 구속되는 상태’, 즉 당직의 연장선으로 이해한다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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