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을 사랑한 변호사, 징계 받을까

남편 측 변호사, 이혼 소송 상대방인 부인과 불륜

자녀 약취유인 돕고 남편 외도 귀띔…변호사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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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이별'을 하기 위한 이혼 소송은 종종 전쟁에 비유된다. 한집에 살았던 남녀가 적으로 만나 자녀 양육권과 재산 분할 문제 등을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의뢰인의 승리를 위해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하며 '아군'으로 손발을 맞춘다.

그런데 남편 측 변호사가 '적', 즉 이혼 소송 상대방인 부인과 불륜에 빠져 징계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 변호사는 의뢰인(남편)을 통해 알아낸 중요 정보를 부인에게 알려주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 따르면 서울변회는 지난달 6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법 26조 '비밀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정모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신청했다.

정 변호사는 의뢰인 A씨로부터 이혼 사건을 수임한 이후 A씨의 부인 B씨와 사귀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불륜에 빠진 정 변호사는 B씨와 공모해 A씨가 데리고 있던 두 자녀를 약취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 소송에선 자녀를 데리고 있는 쪽이 가장 우선적으로 자녀 양육권을 갖는다.

정 변호사는 의뢰인 A씨에 대한 불리한 사정을 B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A씨는 이전에도 B씨와 이혼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 B씨와 별거하면서 제3의 여성과 교제한 사실을 정 변호사가 B씨에게 귀띔한 것이다.

또 정 변호사는 A씨가 이혼 소송 중에 B씨의 자동차를 처분한 사실을 B씨에게 말하고, 이에 형법상 손괴죄를 적용해 B씨 편에서 고소장까지 작성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법 24조와 26조는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변호사법 31조에 따라 변호사는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해선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정 변호사는 변호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그는 이 가운데 변호사법 26조 '비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형사 기소까지 된 상태로 파악됐다. B씨 역시 조사 과정에서 '비밀이 공개됐다'는 점을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현재 B씨와 교제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혼인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서 교제를 자제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녀 약취유인과 고소장 작성, 이혼 소송에서 A씨에게 불리한 점을 B씨에게 말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4일 A씨로부터 진정을 접수한 서울변회는 올해 3월 26일 해당 사안을 서울변회 조사위원회에 회부한 데 이어 지난달 6일 대한변협에 징계신청을 했다. 변호사 징계는 대한변협 조사위원회를 거쳐 징계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현행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이 있다. 1949년 변호사법 제정 이래 변호사가 영구제명된 사례는 아직 단 한 번도 없다. 제명도 지난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에 적용된 게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대현변협 관계자는 "현재 정 변호사 측에 경위서를 요청한 상태"라며 "경위서가 제출되면 주임 조사위원을 선정하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조사위에서 5월 중 논의해 징계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 앞.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