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재벌정책 1년] 표류하는 상법개정안…정치권, 찬반 주장 ‘팽팽’

  • 법무부, 관련 입법 드라이브…국회 법사위에 ‘발목’
  • 최근 ‘대한항공 갑질’ 사건으로 관련 논의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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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3 18:28
수정 : 2018-05-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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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재벌개혁’의 핵심 법안인 상법개정안이 정치권에서 표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무역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기관인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법무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정부 입장을 담은 상법개정안 검토의견 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다중대표소송의 경우 모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0.1%(비상장사는 1%)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주요 골자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는 의사에 따라 표를 분산할 수도, 특정 이사에 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

소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상법상 집중투표제는 정관 규정으로 배제할 수 있어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채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이른바 ‘갑질 사건’을 계기로 상법개정안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제2의 대한항공 사태를 막는 것은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감사위원 분리 선출, 모회사 소액주주의 경영부실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 상법 개정부터 조속히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순환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제한 △지배력 확대 세습 방지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야당은 ‘경영권 안정’이라는 논리로 기업 규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번에도 자유한국당은 법무부가 기존 여야 합의를 뒤집는 검토안을 가지고 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의 경우 지난해 여야 간 합의가 있었는데 돌연 법무부가 다중대표소송제 자회사 지분 100% 부분을 50%로 뒤집는 안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예로 들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한 상태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보통의결 요건을 발행주식총수 20%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상법개정안을,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주총 의결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정안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권 의원을 비롯해 경대수·김선동·김종석·김학용·박덕흠·이진복·박명재·장제원·정갑윤 의원 등 10명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에는 혁신적인 기업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해외에는 사례가 없는 감사,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3% 제한 폐지 규정이 담겼다.

또한 미국, 독일 등에서 명문화돼 있고 우리나라 판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를 의결 요건으로 삼는 국가가 없다는 점, 올해 말 섀도우보팅(주주총회 불참 주주들의 의견을, 주총 참석해 의결한 주주들의 찬반비율에 자동으로 적용하는 투표방식)이 폐지되면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관련 요건 폐지 조항을 추가했다.

권 의원은 “지금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제도 경쟁이 격화되는 시대”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제도를 개선, 기업 및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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