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호재도 잠시"…보수야권, 지방선거 앞두고 자중지란

  • 한국당, 지도부 색깔론에 후보들 ‘반발’
  • 바른미래, 노원병 공천 놓고 안-유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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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2 18:25
수정 : 2018-05-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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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경남도당 필승결의대회에서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13 동시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야권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은 야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지만 보수야권의 다소 과격한 주장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보수야권은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자유한국당에선 지도부의 색깔론에 대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바른미래당에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 공천 잡음이 새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의 남북 정상회담 폄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지방선거 슬로건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고 묻는 한국당의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남 지사는 “더 이상 국민을 편 가르는 데 앞장서서는 안 된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지향하는 가치관과 언행의 양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또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에 대해 또다시 색깔론을 제기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특히 유 시장은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도권인 경기와 인천, 접전 지역으로 떠오른 경남 모두 중도층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지역이다. 이들 후보들이 그만큼 수세에 몰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후보들의 반발에 전날(1일)엔 “폭주하던 북한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며 다소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논쟁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제1야당 대표가 자기들과 의견이 다르다고, 남북이 하이에나처럼 떼지어 달려들어 물어뜯는 사례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북(北)의 노동신문, 남(南)의 어용언론,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일부 잔박들까지 뭉쳐서 나를 헐뜯고 비난하고 있다”며 “그런다고 해서 내가 위축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지도부와 후보들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서울시장 후보 확정 관련 기자회견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또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사이의 공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등 주로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에서다. 노원병엔 유승민 공동대표와 가까운 이준석 공동지역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출마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가까운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최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뛰어들면서 계파 대리전의 성격을 띄게 됐다.

문제는 ‘경선룰’이다. 바른미래당은 당헌당규에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에 한해 경선 방법으로 당원 투표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엔 의원은 물론 당원들도 국민의당 출신이 더 많다.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원 투표로 경선을 할 경우 국민의당 '싹쓸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경선을 하게 될 경우 인지도가 높고 지역 기반을 다져둔 이 위원장이 다소 유리하다는 평이다. 다만 이 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서 안 후보와 상대를 했었던 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다. 안 후보 측 공관위원들은 이런 점을 들어 이 위원장의 후보 자격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일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김 교수와 함께 하는 모습이 이날 보도되면서 공천 논란이 점화되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보도를 올리면서 “알고 있고 들은 것은 많으나 그래도 당을 생각해서 말을 아끼는 상황인데 탐사 보도 매체가 보도하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유 공동대표의 가족들이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반 농담조로 하신 말씀이라도 자제해 달라”며 “그렇게 선거 치르고 싶지 않고, 그렇게 치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원칙을 깨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당내에 있다면 누군가는 이럴 때 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흔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안 후보 측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인 셈이다.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원병에 누가 공천되는 게 중요하냐”며 “저는 그것보다 우리 당의 서울시 선거 승리가 최우선 목표이고. 노원병 공천은 바로 그 목표와 원칙 하에서 안 후보를 돕고 안 후보와 함께 노원에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공천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측 공관위원들과 유승민 측 공관위원들은 경선 당원투표 실시 여부를 두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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