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직장 내 '갑질' 업무방해?

  • 조 전 전무, 경찰서 15시간 넘는 조사…폭행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 대법원 업무방해 판례…범위 넓고, 단순 욕설·폭행만으로는 유죄 인정 안돼
  • 법조계 "반복되는 '갑질' 막으려면 반복범, 폭력·욕설 등에 대한 처벌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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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2 16:00
수정 : 2018-05-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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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일 오전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명 ‘물벼락 갑질’의 주인공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5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2일 귀가했다. 경찰은 조 전 전무에게 ‘폭행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조 전 전무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 전무를 지난 1일 오전 10시께 폭행과 위력·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소환, 이날 오전 1시까지 15시간가량 조사를 벌였다. 조 전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A사 팀장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면서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직원 2명의 얼굴에 뿌린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은 조 전 전무의 폭언·폭행으로 정상적인 회의진행이 불가능했던 만큼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조사에서 조 전 전무는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정황이 의심되는 만큼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추가 확보해 결론낸다는 방침이다.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특수폭행혐의도 추가된다. 이 밖에도 경찰은 관련자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조 전 전무가 증거인멸을 하거나 피해자를 상대로 회유, 협박 등을 했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런 '갑질'을 업무방해로 볼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조 전 전무의 행위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에 따르면 허위사실 유포 또는 위계·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는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다. 실제 업무방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유죄로 인정된다.

그러나 법원에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기는 쉽지 않다.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참석자들에게 위계에 의한 폭력을 행한 조 전 전무의 경우 업무의 주체인 데다 '갑질'을 업무방해죄로 인정한 판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3자가 그런 행동을 하면 업무방해가 되는데 조 전 전무는 회의 참석자이자 실무 관여자"라며 "'자신의 업무를 자신이 방해할 수 있는가'라는 논리적 오류가 생겨 법리적 다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조 전 전무는 자신의 행위로 광고업체 회의가 중단된 상황에 대해 "(나는)해당 업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총괄 책임자"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 판결 역시 비슷하다. 인천지법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가 이 아파트 입주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에서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지역난방 변경 및 배관교체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업체를 선정한 뒤 입찰가를 뻥튀기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관리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낸 뒤 관리소장을 내쫓아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을 한 혐의다. 법원은 “관리주체 업무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B씨의 행위로 인한 A씨의 업무방해가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업무방해죄 판례에 따르면 업무방해를 인정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학교수가 입학시험문제를 사전에 응시자에게 알려준 경우, 노동조합 간부가 회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휴무를 결정한 후 유인물을 배포해 유급휴일로 오해한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공장가동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등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업무방해 내에서 위계에 의한 폭언과 욕설은 처벌하기 더욱 어렵다. 대법원은 단순한 욕설만으로는 위력·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근로자에게 폭언을 한 광고제작업체 대표에게 “폭언과 인격비하 발언을 한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발언이 업무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을 ‘업무’가 아닌 업무수행활동의 '자유와 안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일어나고 있는 반복적인 갑질 범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업무방해죄를 ‘업무의 집행’ 자체가 아닌 ‘전반적인 경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이해하고, 폭행·협박 등에 대한 가중처벌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행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방해죄는 ‘업무’와 ‘방해’의 개념, 또 ‘위계’, ‘위력’ 등 죄를 구성하는 요건의 개념이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해석상 범위를 명확히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반한다"며 "단순 고의범, 반복범 등의 행위에 대한 법정형을 차등화하는 입법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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