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정치人] '갑질미담'…전직 국회의원 비서 칼럼 화제

  •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비서관 '갑의 역습' 칼럼 눈길
  • 수행비서 대신 직접 운전, 3만원 모텔방에서 침대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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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2 14:00
수정 : 2018-05-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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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행비서 대신 운전을 하고, 일정이 늦게 끝날 것을 우려해 먼저 퇴근을 하라고 한다. 지방 출장에선 3만원짜리 모텔방에서 묵고, 오른 전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이런 국회의원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그것도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을 만든 창업가 출신이라면?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가 지난달 30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갑의 역습’이 화제다. 최 간사는 칼럼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이 모셨던 대기업 창업주 출신의 5선 국회의원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국회의원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가 그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할 당시 수행비서 대신 운전을 한 적이 있는데 초행길이라 길을 헤매 시간을 못 지켰다. 그런데도 의원은 나무라기는커녕 위로를 해줬다는 것이다. 또 저녁 약속에 가는데 최 간사가 장소와 시간을 모르자 의원이 직접 운전을 하고 최 간사는 뒷좌석에 앉아서 갔다고 한다.

더욱이 지방 출장에서 해당 의원은 일정이 끝난 후 3만원짜리 허름한 모텔방 하나를 잡아 최 간사에게 침대를 내주고 본인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자 은행에서 직접 대출도 받았다고 한다.

최 간사는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다’라고 쓰인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그의 아버님이 그에게 가르치시던 글귀”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수업료 한 푼 안 내고 월급 받아 가며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칼럼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바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원 의원은 2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해당 칼럼을 보셨냐는 질문에 “봤다. 사람을 좋게 보면 좋게 표현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3만원짜리 모텔방 일화에 대해서는 “방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랬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재벌가 갑질 문제에 대해 “(지금의 재벌기업은) 본인이 노력해서 이룬 성공이 아니라 부친이 창업한 것”이라며 “(기업을 창업해서) 재벌로까지 가는 데 있어서 국가의 많은 지원과 국민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겸손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해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3세들은) 선대가 이뤄놓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풀무원농장을 창업한 고 원경선 원장의 아들이자 풀무원식품을 창업한 기업가 출신이다. 원 의원은 1981년 서울 강남에 풀무원농장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열고, 아버지가 키운 유기농 농산물을 팔았다. 이것이 현재 주식회사 풀무원의 모태다. 현재 풀무원은 매출 2조원이 넘는 글로벌 식품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회사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14대 총선에서 경기 부천시 중구을(현 오정구)에 당선돼 원내 입성했고, 17대부터 내리 4선을 한 5선 중진이다.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정치개혁특별위원장과 당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을 두루 맡았다. 또 1998년에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부천시장에 당선돼 재선까지 했다.

이처럼 부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보내고 부천 지역구 5선과 부천시장 재선까지 한 그는 ‘부천의 맹주’라 불린다.

한편 원 의원은 오는 16일 치러지는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 출마했다. 6선의 문희상 의원, 5선의 박병석 의원과 함께 경쟁하고 있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대통령·대법원장과 더불어 3부 요인이다. 갑 중의 갑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300여명의 국회의원을 이끌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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