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소송 피하는 임대차계약 체결의 비법

  • 몇 가지만 잘 따져도 분쟁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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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연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입력 : 2018-05-06 09:00
수정 : 2018-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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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 재산에 가까운 보증금을 날리게 되었다며 상담을 요청한 세입자가 있었다. 사정이 딱하기는 하였으나, 계약서를 살펴보니 안타깝게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세입자가 계약의 주요사항을 계약 전에 확인하지 않았고 계약서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임대차계약을 잘못 체결한 것이다.

사실 임대차와 관련된 분쟁은 몇 가지 사항을 잘 확인하고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한다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주인을 믿었다’는 등의 이유로 기본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세입자들이 너무나 많다.

이번 기회에 소송을 예방하는 임대차계약의 체결요령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임대차계약 체결 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계약 상대방이 적법한 권한을 가졌는지 여부이다. 상대방이 소유권자가 맞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계약은 종류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적법한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계약 상대방이 적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계약을 체결한 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상대방을 사기죄 등으로 고소하는 것은 이미 큰 손해가 난 뒤의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상대방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등기사항증명서(등기부)을 열람하여 상대방이 소유권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흔히 등기부라고 부르는 등기사항 전부증명서는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요즘에는 굳이 등기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열람할 수 있다.

집주인(임대인)이 해외에 있다는 등의 사정으로 직접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대리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반드시 위임장을 확인하고, 가급적 집주인과 통화를 해서 위임여부, 계약내용에 관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도록 하자. 필요하다면 녹음을 할 것을 권한다. 계약금을 포함한 보증금은 집주인(소유권자)의 계좌로 송금하는 것이 좋다.

계약 상대방을 확인한 후에는 등기사항 전부증명서 상의 가압류, 가처분, 저당권을 설정유무도 확인하여야 한다. 이는 대항력, 우선변제권과 관련이 있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대차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다. 대항력을 갖춘 후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생겨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경우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보증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가처분’이나 ‘가등기’가 설정된 집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처분금지가처분은 대개의 경우 하나의 주택에 소유권 분쟁이 있을 때 이루진다. 처분금지가처분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등기부상 소유자가 임의로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법원에 신청을 하였다는 것이다. 분쟁 중인 집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로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가처분 등기를 한 사람이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에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강제 퇴거당할 수 있다. 가등기가 이루어진 집에 본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대차계약을 할 때는 집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만약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집값에서 선순위 저당권 금액을 뺄 경우 보증금 액수 정도가 확보 될 수 있는지 계산해봐야 한다. 저당권액수가 너무 높고, 임대차목적물을 제외하고는 임대인(집주인)의 다른 재산이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조금 더 신중히 임대차계약 체결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한 후 잔금을 치룰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이 경우에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저당권설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 사이에 집에 저당권이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잔금을 치르고 난 후에는 만일을 위해서 즉시 관할 주민센터로 가서 전입신고를 한 후 확정일자도 받아두어야 한다.

전입신고를 한 후에는 함부로 주민등록을 옮겨서는 안 된다.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보증금을 다 받지 못했다면 주민등록을 옮겨서는 안 된다. 불가피하게 이사를 가야할 경우에는 임차권등기명령제도 등을 활용해야 한다.

계약의 상대방이 적법한 권한이 있고, 임대차 목적물인 집에 가처분, 저당권도 설정된바 없다면 이제 계약서를 작성하면 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계약기간의 정함에 신중하여야 한다. 필자가 상담을 받는 임대차 관련 문제 중 상당수가 계약기간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계약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계약기간을 길게 잡아선 안 된다. 참고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선 임대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1년으로 정하고 있다). 별도의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1년으로 약정하더라도 세입자는 법에 따라 2년을 주장할 수 있다.

임대차기간을 정한 후에는 반드시 원상회복에 관하여 집주인과 약정을 하도록 하자.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난 후 원상회복 문제로 집주인과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임대인은 보증금액수에서 원상회복비용을 공제하겠다고 하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원상회복에 관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제 때에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원상회복을 하는 경우 어느 정도까지 하여야 하는지 명시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원상복구를 둘러싼 말썽을 어느 정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계약을 체결하고 인테리어 등을 새로 하는 경우에는 시공 전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놓자. 원상회복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임대차계약 당시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인데, 간혹 새집으로 만들어 놓으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집주인이 있다. 사진을 찍어둔다면 임대차계약 당시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 분쟁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주인과 특별히 약정한 내용이 있다면 특약사항에 기재해두어야 한다. 집주인이 임대차계약 전에는 ‘주차장 등을 마음 놓고 사용해도 된다’고 하고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주차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계약은 체결하기 전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금 언급한 몇 가지 사항만 잘 확인하여도 분쟁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나중에 큰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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