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태, 법정 가면 장기전 가능성 '농후'

  • 삼성증권 "피해자 적극적 지원할 것"
  • 증권관련 소송, 손해배상 산정 등에서 장기전 많아
  • 사고 알면서 내다 판 괘씸한 직원들…어떤 처벌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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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1 18:20
수정 : 2018-04-1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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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삼성증권 배당착오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소송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증권과 금융감독원이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들의 분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 소송전이 펼쳐질 경우 투자자의 피해보상 범위를 어디까지 책정할 것인지, 또 잘못 들어온 주식을 내다 판 ‘괘씸한’ 직원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주식투자 피해의 경우 보상 기준이 복잡하고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11일 증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배당착오 사태로 인한 투자자 보상 대책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 우리사주 조합원인 직원들에게 28억1000만주를 잘못 배당하면서 촉발됐다. 회사는 오전 9시 31분 이 사태를 인지하고, 오전 10시 8분께 전 임직원 계좌 주문을 정지했다.

사태가 수습되는 37분 동안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501만2000주를 매도했다. 갑자기 주식 수백만주가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삼성증권 주가는 이날 오전 한때 12% 가까이 하락했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100억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 투자자를 비롯해 다른 주주들도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봤다. 

삼성증권이 밝히는 피해보상 대상으로는 지난 6일 사태 발생시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해 손해를 본 투자자가 1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을 받은 삼성증권 직원들이 매물을 쏟아내 주가가 하락한 37분 가량을 넘어 넘어 당일 전체로 피해시간을 확대 적용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각은 탐탁지 않다. 주식을 매도했다 매수한 투자자, 매매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건 이후 주주가치 하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 등 다양한 케이스가 보상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에는 ‘삼섬증권 배당사고 피해자 모임’ 카페가 개설됐고, 소형 로펌들은 이들의 법률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증권소송 전문 A 변호사는 “삼성증권에서 피해보상 절차를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대개 증권관련 소송은 보상기준도 복잡하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소송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각될 위험에도 잘못 들어온 주식을 급매도한 직원에게는 어떤 죄가 적용될까. 증권업계에선 직업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업계 전체 신뢰도를 떨어뜨린 이들에게 강력한 형사 처벌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에서는 ‘횡령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 등을 물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형법 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이를 유용하면 5년 이하 또는 징역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상횡령은 단순 횡령죄보다 가중처벌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점유이탈물 횡령의 경우 타인이 소유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를 말한다. 타인이 잃어버린 돈을 주워서 임의로 처분하거나 계좌로 잘못 들어온 돈을 써버렸다면 모두 점유이탈물 횡령으로 간주된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로 처벌은 횡령죄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삼성증권 직원의 경우 횡령죄 적용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주식을 임의로 처분한 16명 가운데 한명은 100만주(1주당 3만5400원, 시가 354억원)를 처분해 가중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횡령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력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소 징역 5년,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결과적으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 셀링)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안을 훨씬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고는 직원의 실수로 발생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실제 주식시장에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을 공매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이득을 본 세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삼성증권 강력한 처벌 및 공매도 금지' 게시물에 닷새만에 21만명 이상이 찬성했다. 이들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에 영업정지를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16명의 직원이 반나절만에 501만주를 매도했다고 하니 당일 장중 최저가만 적용해도 1761억원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을 챙기려 했던 셈”이라며 “피해규모가 클수록 가중처벌을 받는 경제사범 특성상 반드시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 역시 “타인의 자본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IB, 애널리스트들이 자기 뱃속을 채우는 데 앞장섰다”며 “경제적 윤리의식이 전혀 없는 이들이 앞으로 동종업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주주들의 경우 법인의 시스템 관리책임, 직원들에 대한 관리책임 등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실물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직원들의 모럴해저드와 관련된 부분이라 사용자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할 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다면 승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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