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문변호사 시대] '성범죄 전문' 신중권 변호사가 보는 '미투 시대' 빛과 그림자

  • 사건 당시 충격으로 진술 오락가락 잦아
  • 심리학자 등 전문가 풀 구성 반드시 필요
  • 제한된 정보로 인한 감정풀이 마녀사냥
  • 판결문 공개로 논리적인 비판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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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9 07:45
수정 : 2018-04-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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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성범죄전담 판사 신중권 변호사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변호 받을 권리는 있습니다. 또 자기가 범죄를 저지른 만큼만 처벌받아야지, 그 이상 처벌받으면 안 되잖아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시대' 성범죄자의 변호 받을 권리를 말하는 변호사가 있다. 법무법인 거산 신중권 변호사다. 2016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된 후 성범죄 사건을 주로 맡은 신 변호사를 최근 서울 양천구 거산 사무실에서 만났다.

성범죄 사건을 전담하게 된 건 '전관'(前官)의 영향이다. 그는 판사직을 내려놓기 직전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단독 판사로 근무하면서 성범죄 재판을 전담했다. 성범죄 혐의를 받는 의뢰인 입장에선 "자신의 사건을 맡은 판사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범죄자를 변호한다고 하면 좋은 얘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실제 변호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회사 입장이 있고 또 저의 이력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에게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건을 수임하게 됐죠."

신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을 맡으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바로 '의뢰인에게 휘둘리지 않기', 그리고 의뢰인에게 '억지 주장 안 하기'란 당부를 받아내는 것이다.

"변호사 업계가 힘들다 보니까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변호사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결국 의뢰인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돼요. 억지 주장 하지 않고 사실대로 변호해야 의뢰인 선처로 이어지고 그게 또 피해자가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거든요."

변호사 눈으로 보는 성범죄 사건 재판의 가장 아쉬운 점은 범죄 증명이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한다는 것이다.

"여론은 '성범죄 형량이 왜 약하냐'고 하잖아요. 사실 판사 입장에서 고충이 있어요. 대부분 성범죄를 판단하는 증거가 딱 한 가지, 피해자 진술밖에 없거든요. 근데 이게 일관성 있게 가기보다는 사건 발생 당시 충격 등으로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아요. 판사는 피해자 진술 하나 가지고 피고인을 엄벌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반대로 다른 범죄 같은 경우 이 정도 증거면 무죄가 많은데도, 성범죄는 무죄가 안 나와요. 판사 입장에서 성범죄 무죄 선고가 또 부담스러우니까요."

"피고인을 엄벌하려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아동에 관한 경우 법적으로 '진술 분석'이란 걸 하게 돼 있어요. 법원이 심리학 전공자 등 전문가 풀을 구성해 감정을 맡기는 거예요. 어떤 경우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든가, 반대로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나와요. 재판장 직권으로 진술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어요. 재판장 입장에서도 피해자나 피고인의 진술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해야 판단하기가 더 용이할 거에요."

성범죄 사건을 변호하면서 특히 힘들 때도 있다. 판사가 선입견을 갖고 재판에 임하는 경우다.

"판사가 재판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애초 선입견을 갖고 있을 때가 있어요. 제 나름대로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판단해서 변론하는데, 애초부터 '피고인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증인 신문을 하는데 증인이 아니라 재판장이 "피고가 잘못한 것"이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재판 과정이 충분히 공정하게 보장이 안 되면 나중에 재판 결론이 어떻게 나든 수긍이 안 되죠."

성범죄 사건 전담 변호사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여느 변호사와 똑같다. 바로 의뢰인의 억울함을 충분히 반영했을 때다.

"고소했던 피해자는 제가 악마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 의뢰인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드문 경우에요. 그래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는 정말 몇 건 되지 않아요. 그게 최종적으로 무죄까지 안 나온다 하더라도,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어느 정도 의뢰인의 억울함이 풀어졌을 때 가장 큰 보람이겠죠."

그가 판사 생활을 하다 변호사로 전업한 이유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판사에게 '밖에서 사람 만나지 말라'고 하진 않지만, 누구를 만났다는 게 알려지면 그게 또 판결의 공정성 부분에서 문제가 되기도 해요. 결국 만나는 사람이 주변 판사나 연수원 동기로 점점 폭이 좁아지죠. 한 번 사는 삶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우물 안 개구리로 살면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 이유와 이런 생각이 합쳐졌고, 또 마침 로펌이 만들어지면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와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신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주요 판결에 대한 판결문 공개나 판례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론이 기사에 나오는 극히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감정 풀이를 하기보다는 판결문 전문에 대한 논리적 비판이 이뤄져야 판사들도 긴장하고 법적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 기사 댓글을 보면 '네 자식이라도 그런 판결을 내릴 거냐' 같은 감정적 글이 많아요. 또 '사형시키라'라거나 법적 처벌 요건도 없는데 '무조건 처벌하라'고 해요. 그런데 판사들은 기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위안할 수 있어요. 하지만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상태에서 논리적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판사들도 뜨끔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물론 판결문이 일반 국민이 보기엔 어려울 수 있지만, 그걸 공개하고 소개해주는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져야 건전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신중권 변호사 프로필

학력
▲인천 대건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경력
▲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판사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 현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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