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 드림팀 좌장' 양제츠, 첫 방문지는 한국

21일 文대통령 예방 '시진핑 연임 지지·협조' 당부할 듯

부총리급 격상 유력…'강한 중국' 외교정책 방향 가늠자

양회 후 첫 대외교류 일정…한반도 영향축소 우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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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정치국 위원이 오는 20일께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장관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중국 소식통은 "양제츠 국무위원이 양회가 끝난 후 문 대통령 예방을 비롯해 한국에서 여러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 국무위원은 20일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만찬에 이어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같은 날 오후 국회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12일 베이징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시진핑 주석을 예방한 데 이어 양제츠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 측의 지지와 협조를 구했다.

이번 양 국무위원의 한국 방문은 중국을 방문했던 정 실장과 만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그의 방문 일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게다가 지난 3일 개막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20일 막을 내리자마자 이뤄지는 중국의 첫 대외 교류 일정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12일 정 실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양회 기간이었다.

그동안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국내 정치행사 중에는 외교 일정을 거의 중단했기 때문에 정 실장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도 이례적이란 평을 받았다.

이는 북·미 관계의 급격한 진전으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그보다 양회가 끝나 '외교 드림팀'을 이끌 좌장이 될 양제츠가 더욱 강력해진 '시진핑 시대'의 외교 전도사로서 주변국 외교에 힘을 쓰기 위해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양회가 끝났고 시진핑 주석의 연임 문제로 중국 안팎이 시끌벅적한 만큼, 주변국에 협조와 지지를 구하기 위한 방문 성격과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려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중국은 헌법 79조의 국가주석 임기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건의안을 마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표결에 부쳐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전인대를 통해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양 국무위원의 방한은 '시진핑의 강한 중국'이 향후 어떤 외교정책을 펼칠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 양회 기간에 중국 공산당이 외교 부문을 담당하는 당내 조직을 통합해 강력한 단일 기구를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통합 조직의 좌장으로 양 국무위원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양 국무위원은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최고 지도부인 25명의 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돼 그 위상이 강화됐다.

이는 장쩌민 전 주석 시절 외교를 총괄했던 첸치천(錢其琛) 이후 외교 담당이 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된 건 14년 만으로, 사실상의 중국 외교의 변혁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 국무위원은 양회를 통해 국가부주석으로 선임될 왕치산(王岐山)의 지휘를 받고, 국무위원으로 승진할 왕이 외교부장의 보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외교 통합 조직을 맡게 될 양 국무위원이 방한하면, 문 대통령과 외교장관뿐만 아니라 정당 교류를 해 왔던 중앙대외연락부의 성격을 감안해 우리 국회와의 접촉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 주석이 조장을 맡는 중앙외사영도소조는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비공식 기구이다.

일각에선 양 부장의 이번 방한이 정 실장의 방중에서 시 주석의 국빈방문 요청이 있었던 만큼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당시 중국 측에서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중 정상회담 사전 조율을 위한 장관급 방한이 아니라 양 국무위원의 방한이 오히려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을 더 낮춘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아울러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현 상황에서 베이징을 떠나게 되면 한국보다 북한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양 국무위원의 방한과 더불어 같은 기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도 한국을 찾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을 개시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이 정무·경제 부문을 망라한 전방위 외교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