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사형제 논란 여전히 ‘뜨거운 감자’

사형 선고 받은 이영학, 교화가능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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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딸의 친구를 유인·추행한 뒤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1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 범행이 일어날 수 있어 사회 공포와 불안을 감출 수 없을 것”이라며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사형 집행에 대해선 형법 제66조가 “사형은 형무소 내에서 교수하여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형법 제3조도 “사형은 소속 군 참모총장 또는 군사법원의 관할관이 지정한 장소에서 총살로써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이씨의 항소를 기각하여 사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이 유지되더라도 그 사형집행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97년 김영삼 정부 시절이 마지막이다. 그 해 12월 30일 사형수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민국은 국제앰네스티 기준에 따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사형 제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실제로 집행하지 않는 것은 사형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 세계 198개 국가 중 105개 국가가 사형제를 전면 폐지했고, 35개국은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하필이면 한국과 가까운 미국과 일본에서는 사형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할 뿐, 사형제 폐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권 선진국의 기본 조건으로 여겨져 오고 있다.

현재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사형수들은 모두 61명이다. 일반인 사형수는 사형집행시설이 있는 특별시·광역시 교도소 등에 분산 수용돼 있고, 군 사형수는 국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사형수 한 명 당 연간 필요한 예산은 2,000만원 수준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들의 생명유지를 위해 혈세가 쓰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영학과 같은 흉악한 범죄자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 부활’ 또는 ‘사형제’ 자체에 관한 끊임없는 찬반 논의가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는 사형제 존치의견이 높다. 사형제도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사형 집행에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았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법전문가 법의식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과반수가 사형 집행에 찬성의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형 집행 또는 사형제 존폐의 문제는 다수결로 결정될 수 없다. 사형은 수형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현존하는 최대의 처벌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사법체계가 범죄자의 처벌에서 교화·계도 중심으로 바뀌고 인권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사형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매우 분분하고 그 논거들의 대립도 만만치 않다.

사형제 존치론자들이 제시하는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헌법이 스스로 사형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사형은 헌법에도 부합한다.
- 사형은 범죄에 대한 적절한 응보이고, 살인자는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한 자인데 그에게 신체의 자유만 제한되는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것은 인과응보와 같은 관념에 위배된다.
- 사형으로 범죄자들에게 공포심을 주어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가 흉악 범죄가 크게 늘어나면서 4년 만에 부활시킨 사례가 있다.
- ‘교도소에 다시 가면 된다’는 심정으로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흉악범을 격리하는 수단으로 사형은 가장 효과적인 처벌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제시하는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 헌법 제37조 제2항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생명은 일부만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생명권을 빼앗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한 침해이다.
- 사형은 가장 극단적이고 비가역적인 처벌로서 범죄자가 참회할 기회를 국가의 이름으로 영원히 박탈한다. 국가는 설령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그가 갱생할 가능성을 부정해선 안 된다.
- 인간에 의한 사법체계는 완벽하지 않으므로 오판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의 임병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치밀한 계획적 살인으로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본 반면, 소수 의견은 우발적인 살인인데다 정황을 참작하면 사형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는데, 이처럼 법관들마다 견해가 다른 경우를 보듯이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 없는 완벽한 판단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 사형제 존치론자의 응보론은 동해보복 사상에 터 잡은 전근대적 논리로서 현대의 법치국가에서 유독 살인에 대하여만 동해보복이 적용되어야 할 근거가 없고, 사형은 ‘형법 포퓰리즘’의 정점에 서 있는 제도이다.
- UN은 1996년 및 1998년 2차례의 보고서에서 사형제가 종신형보다 더 효과적인 범죄예방 수단임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사형은 위하력이 없고,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제도 하에서도 흉악범들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될 수 있다.

이처럼 사형제에 관한 의견은 서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고,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그 통과 여부는 결국 ‘국민여론’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1996년에는 합헌의견 7인 : 위헌의견 2인, 2010년에는 합헌의견 5인 : 위헌의견 4인이 나오면서 위헌 결정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사형제 폐지 법안은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단 이유로 한 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영학의 사형집행을 요구하는 수건의 청원이 잇따랐다. 사형제도에 대한 시선은 극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존치와 폐지의 가치 대립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으로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사형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