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명절마다 부딪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고부 갈등

  • 서울가법 2011.7.1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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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변호사(WF 법률사무소)
입력 : 2018-03-05 10:00
수정 : 2022-06-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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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띠로띠로리~ 명절 연휴기간에도 어김없이 울리는 휴대폰 소리.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전화기 너머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매번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가슴이 아린다. 민족고유의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이혼 사건이 급증한다고 한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명절과 제사를 없애 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왜 명절만 되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까. 아래에서는 명절 때 시댁과의 갈등으로 한 가정이 혼인파탄에 이르게 된 사례를 살펴보겠다. 이번에는 그 간 평석해 왔던 대법원의 입장이 아닌 하급심인 서울가정법원의 입장을 살펴보았다.

2. 사실관계

가. 기초사실(혼인 및 위자료 부분)

(1) 혼인 및 자녀

원고와 피고는 같은 회사에 재직하던 중 서로 알게 되어 교제하다가 2007. 2. 12. 혼인신고를 마쳤고, 그 사이에 자녀를 두고 있다.

(2) 혼인생활 및 갈등의 발생

(가)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혼인 전에 취득한 아파트에서 혼인생활을 하면서, 원고 부모의 뜻에 따라 1주일에 3~4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원고 부모의 집을 방문하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연간 10여 차례 원고 조상의 제사 또는 차례에 참여하였으며, 원고의 부모가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거의 매일 안부전화를 드리는 등으로 원고의 부모와 밀접한 생활을 하여 왔다. 또한 피고는 출산 직전 미국에 있는 원고 부모의 집으로 가서 원고의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자녀를 출산하였다.

(나) 피고는 원·피고 부부중심으로 혼인생활이 이루어지지 않고 원고의 집안 중심으로 혼인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잦은 방문과 그에 따른 식사준비 및 뒷정리, 제사준비 등 과정을 매우 부담스럽게 느꼈다. 한편, 자신이 가족구성원으로 대우받기 보다는 일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게 생각 하여 왔고, 이로 인한 불만을 원고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것으로 해소하여 왔다. 또한 피고는 원고와 결혼하기 직전 퇴직하고 2008. 2.경부터 동시통역대학원에 다니다가 자녀 출산으로 잠시 휴학한 뒤 2009. 8.경 복학하였는데, 복학 뒤로는 학업 부담까지 겹쳐 원고 부모의 집에 가서도 굳은 표정으로 있는 등 싫은 내색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회식 등으로 귀가가 늦어지는 것에 대하여 종종 화를 내면서 피고가 정한 시각까지 귀가할 것을 종용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 역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라) 원고와 피고는 위와 같은 잦은 시댁 방문 문제, 원고의 퇴근 시각 문제 등으로 자주 다투어 왔고, 다툼 중 피고가 화를 참지 못하여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욕설을 하고 원고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하기도 하였으며, 원고도 화를 풀고자 주먹으로 벽을 쳐 손가락이 골절된 경우가 두 차례 있었다. 원고와 피고는 2009. 9. 5.에도 심하게 다투던 중 서로 몸싸움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를 밀치는 바람에 피고가 왼쪽 눈에 망막열공상을 입고 수술을 받기도 하였다.

(3) 별거경위 및 현재의 상황

(가) 피고는 2009. 10. 2. 추석 전날 원고 부모의 집에서 남자들이 외출하고 가사도우미가 퇴근한 후 혼자 차례 준비를 하면서 불만이 쌓여 있었는데, 귀가 후 원고가 말없이 부모 집에 다시 갔다가 30분 정도 후에 돌아오자, 원고에게 “왜 말을 하지 않고 갔냐”고 소리지르면서 욕설을 하고 원고의 뺨을 때리며 나가려던 원고의 옷을 잡아 찢어지게 하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나) 원고는 그 다음날인 추석날 부모의 집으로 가서 피고의 그동안의 행동을 알리고, 피고에게는 잠시 서로 떨어져 지내자고 하였다. 이에 피고가 자녀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가, 며칠 후 원고에게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사과하면서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았으나 원고는 그렇게 하더라도 재결합은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뒤, 약 일주일 만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기초사실(재산분할 부분)

(1) 원고는 혼인 전인 2002. 2. 22. 취득한 서울 강남구 현대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제공하고, 피고는 혼인 전에 가지고 있던 약 2,000만 원의 비용으로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한 다음, 함께 그곳에서 혼인생활을 하여 왔다. 현재 아파트의 시가는 약 13억 원이다. 한편 원고는 혼인 전 위 아파트를 담보로 하나은행으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현재 1억 원의 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다.

(2) 원고는 혼인 후에도 계속 회사에서 근무하여 왔고 현 직위는 과장이며 월 소득은 350만 원 정도이다. 피고는 현재까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3) 원고의 어머니는 혼인시 피고에게 예물로 다이아몬드반지(3캐럿), 다이아몬드귀걸이, 다이아몬드머리핀, 다이아몬드펜던트, 진주목걸이, 진주귀걸이, 진주반지 등 여러 귀금속을 주었다가 혼인 후 도난우려를 이유로 이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피고가 반환을 구하였음에도 그 중 다이아몬드반지 등 일부품목이 원고의 외조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피고는 예물의 가액 합계가 3억 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예물반환 또는 그 가액 상당의 전보배상을 구하였다가, 원고가 시가를 밝히는 데 협조하지 않고 감정서 제출명령에도 불응하자 이를 취하하고 재산분할청구를 확장하였다.

3. 판례요지

가. 혼인 및 위자료 부분

(1) 혼인관계의 파탄

원고와 피고가 약 1년 9개월 동안 별거하여 온 점, 두 사람 모두 본소 및 반소로써 서로에 대한 이혼을 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할 것이다.

(2) 혼인파탄의 책임

원고는 핵가족 위주의 가족관에 익숙한 피고가 다소 전통적인 가족규범에 근거한 원고 본가 위주의 생활을 하면서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며느리로서의 의무만 강요받는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부모와 피고 양쪽의 입장을 절충하는 등의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지는 아니한 채 감정이 격앙된 피고가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에 맞서 물리력을 행사함으로써 피고에게 상해를 입힌 데서 나아가, 별거를 선언한 뒤 서로간에 관계개선을 위하여 노력할 시간을 갖지도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소송을 제기한 잘못이 있고, 피고 역시 차분한 대화와 타협으로써 자신의 고충과 불만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원고에게 신경질을 부리거나 화를 내고 욕설·폭행행위를 반복해 온 점에서 잘못이 있다. 나아가 이와 같은 파탄의 원인과 과정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할 때, 원고와 피고 쌍방의 책임은 어느 쪽이 더 무겁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등하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본소 및 반소 이혼 청구는 이유 있으나, 본소 및 반소 위자료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나. 재산분할 부분

(1) 재산분할의 비율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원고와 피고의 소득 및 경제적 능력, 분할대상재산의 구체적 형성 및 유지과정, 원고가 피고 소유의 혼인예물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점,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사건본인의 양육자로 지정되어 사건본인을 양육할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적 환경이 필요한 점 등을 참작하면, 원고의 기여도를 85%, 피고의 기여도를 15%로 봄이 상당하다.

(2) 재산분할의 방법

재산과 채무의 명의를 원고에게 그대로 두고, 원고가 피고에게 현금으로 피고의 몫인 1억 8,000만 원(12억 원 x 15%)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한다.

4. 판결의 의의

가. 본 판례의 의의는 명절 때 시댁과의 갈등으로 혼인파탄에 이르러 한 가정이 결국 이혼으로 파국을 맞았다는 것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고, 이혼 시 일방당사자 명의 재산의 특유재산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와 재산분할시 부양적요소를 어느 정도까지 고려하는지에 대한 서울가정법원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위 아파트는 원고의 특유재산이라 할 것이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역시 위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비를 부담하고, 출산·육아, 가사 및 시댁 대소사를 담당하는 등으로 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증가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원고 명의의 위 아파트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는 원고가 보관하고 있는 피고 소유의 다이아몬드목걸이 등의 가치가 3억 원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가액을 분할의 대상이 되는 원고의 적극재산 가액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시가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의 기여도를 정할 때 원고측에서 이를 보관하고 있는 사정을 참작하였다.

5. 나가며

우리나라에는 자녀가 혼인을 할 때, 그 부모가 자녀가 거주할 집이며, 혼수 예단 등을 준비하는 문화(?)가 있다. 부모들은 그들이 한평생 모은 돈의 많은 부분을 자녀의 결혼자금으로 소진하고, 이로 인해 자녀는 부모의 돈 뿐 아니라 관심 혹은 간섭도 함께 받게 된다. 이는 결국 원가족으로 부터 분리되지 못하는 단초가 된다. 며느리들이 이혼 소송을 결심하게 되는 많은 이유가 시댁문제 때문이다. 시댁 문제를 제외한 부부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법원은 남편에게 몇 년간이라도 원가족(시부모)으로부터 분리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며느리 사표인데, 이것으로 이혼 가정이 원만히 재결합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과거와 달리 많은 가정이 맞벌이 이고, 이제는 명절연휴가 아니면 부부가 휴가기간을 맞추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명절 때, 시댁과 친정에서 분리되어 부부와 자녀만의 시간을 갖는 건 어떤지 고민해볼 일이다. 물론 양가의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나 역시 이를 꿈꾼다.
 

[사진=WF 법률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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