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과 입법과제②] 금융사 대주주 자격 강화법

금융사 대주주 심사 대상 '최다출자자 1인' 제한

"법 제정 당시 새누리당 강력 요구…범위 기형적"

심사 대상 확대·요건에 횡령죄 포함 개정안 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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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건전한 금융 질서 유지를 위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자격 심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대상을 전체 최대주주가 아닌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한정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인 이건희 회장이 오랜 기간 병석에 누워있어 정상적 경영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을 자격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1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7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선물, 삼성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생보부동산신탁 등 삼성계열 금융회사 8곳에 대해 최대주주 적격 심사를 벌인 결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들 금융사의 최대주주로 적합하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이 와병 중이라는 이유로 이 회장이 아닌 이 회장이 지배하는 금융사 8곳이 이 회장 결격사유 유무를 확인하고 심사자료 역시 금융사 대표이사 명의로 대리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심사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 대주주 심사대상 '최다출자자 1인' 이건희 제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 125차 IOC 총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32조는 금융당국이 2년마다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정상적 경영 판단이 가능한지 범죄 전력은 없는지 등을 심사한 뒤 부적격 판단 시 시정조치를 명령하거나 최대 5년간 전체 지분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을 제한하도록 한다.

문제는 최대주주 자격 심사 대상을 현행법상 '최대주주'가 아닌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으로 제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대주주'를 '최대주주'와 '주요주주'로 구분하는데, 이때 최대주주는 '금융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본인 및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소유하는 주식을 합해서 그 수가 가장 많은 경우의 그 본인'을 말한다.

예컨대 아버지 A가 금융회사 지분 30%를 갖고 나머지 아들 세 명이 지분 3.3%씩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아버지 A 1명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3명을 포함한 4명이라는 의미다.

이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금융사 최대주주 자격 심사 대상을 '최대주주 중 최다 출자자 1인'에서 '대주주'로 넓히고, 자격 요건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 여부를 추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최대주주 자격 요건으로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금융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따진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대주주 자격 심사 제도의 공백을 메우자는 취지로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과거 법 제정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측에서 심사 대상을 '최대주주 중 최다 출자자 1인'으로 한정하자고 주장했고, 당시 무리하게 합의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심사 대상 범위가 기형적으로 좁아진 것"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격 요건에 특경법 위반 여부를 추가하는 것에 대해선 "금융사는 고객의 돈을 가지고 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뢰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특경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죄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사 최대주주 자격 심사 요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최대주주' 이재용 자격심사, 소급입법 가능할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최대주주로 자격 심사를 받게 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심사 당시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두 명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 이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자공시스템상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이고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은 이재용 부회장(0.06%), 삼성물산(19.34%),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김대환 삼성생명 전무(0.01%) 등 5명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에 지급한 용역대금 36억3484만원 뇌물공여(횡령)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특경법상 처벌을 받더라도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개정안이 시행된 시점 이후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며 "법을 만들기 나름이라 개정안이 소급입법 금지원칙을 배제하도록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이 꼭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 개인을 타깃으로 발의한 건 아니다"며 "개정안에 소급 적용하겠다는 특별 규정을 포함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