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혜세' 도입 또 언급.."무역에선 동맹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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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등과의 무역 적자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보복 차원에서 ‘호혜세(reciprocal tax)’를 도입하겠다고 위협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인프라 계획을 설명하는 백악관 행사 자리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계속 이용당할 수는 없다”면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호혜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호혜세를 매길 것이다. 아마 이번 주나 아니면 몇 달 안에 이와 관련한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세금을 매긴다는 것인지 부연하지는 않았다. 호혜세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세금만큼 수입 제품에 매기는 세금으로, 본질적으로 관세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블룸버그와 CNN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현재 공식적으로 호혜세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논의 주제를 인프라에서 불공정 무역으로 급선회했다. 그는 “미국은 무척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들은 소위 동맹이라고 하지만 무역에서만큼은 동맹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콕 집어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에 어마어마한 돈을 잃었다"며 "그들은 어떠한 처벌도 없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와서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엄청난 관세와 세금을 매기고,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매기지 못하는 이 상황을 계속 이어가게 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내주었기 때문에 이제 도로 찾아와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NN은 이번 위협이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에도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표하는 등 미국이 무역전쟁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도 파기 옵션을 열어두고 재협상하고 있다. 또한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의 덤핑 판매로 인한 피해 조사가 끝난 가운데 수입 제품에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6일 미국 상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무역적자가 5600억 달러(약 614조5062억원)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트럼프 통상압박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게다가 올해 11월 의회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지지자 결집을 위해 미국우선주의를 한층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혜세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작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호혜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취임 후 줄곧 호혜세 도입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수입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는커녕 미국의 물가상승을 부추기면서 결국엔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 소재 메르카투스 센터의 크리스틴 맥대니얼 연구원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수입 제품에 10%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의 영수증에 10% 부가세를 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세금은 수입산 제품을 더 비싸게 만들고 경쟁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비용만 늘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하원은 지난해 세제 개편 당시 미국에서 판매되는 수입품에 20% 소비세를 부과하는 안을 고려했지만 소매업체들과 무역협회 등의 거센 반발 속에서 무산된 바 있다. 전미소매연맹은 이를 "나쁜 세금"이라고 부르면서 "미국인이 매일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의 가격을 치솟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