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법’과 함께 – 죄와 벌

영화 속 법 이야기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최근 ‘신과 함께 – 죄와 벌’이라는 영화가 화제이다. 필자는 영화를 즐기면서 동시에 변호사로서 영화 속 재판과정과 여러 죄를 다루는 항목들에 대하여 관심이 갔다.

영화에서는 차태현(김자홍 역)이 7가지 재판에서 무죄 판정을 받으면 환생할 수 있다는 줄거리 하에 살인, 나태 등 7가지 항목의 재판 과정이 펼쳐진다. 본 칼럼에서는 영화 속 7가지 죄들이 현실의 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규율되고 있는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의 재판이었다면 차태현이 어떠한 죗값을 치를 수 있었는지 살펴보겠다.

기본적으로 영화 속 재판은 현실의 형사재판과 닮아 있었다. 차태현은 7가지 죄목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의 신분이라 볼 수 있고, 삼차사인 하정우, 주지훈, 감향기는 변호인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판관들로 나오는 오달수, 임원희는 검사, 각각의 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대왕들은 판사에 해당할 것이다.

먼저 차태현이 제일 먼저 맞닥뜨리게 된 살인지옥의 재판을 살펴보자. 영화의 판관들인 오달수, 임원희는 차태현이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으로 구조활동을 하다가 부상으로 거동을 할 수 없었던 동료 소방관을 두고 나온 것을 두고 ‘간접 살인죄’에 해당한다며 죄책을 추궁하고 있다.

영화의 간접살인을 법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라고 할 수 있다. ‘부작위’에 의한 죄는 간단히 말하면 어떠한 결과발생을 방지할 의무 있는 자가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를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 속 차태현은 거동을 할 수 없었던 동료 소방관을 남겨두고 화재 현장을 나온 뒤 다시 들어가 구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 소방관이 죽은 것에 대하여 살인의 죄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실의 법에 비추어 차태현의 행위에 대한 죄책을 판단해보면 먼저 차태현은 소방관으로 화재현장에서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구조할 법적인 의무가 인정된다. 그리고 차태현이 동료 소방관을 구조하지 않고 나온 뒤 건물의 붕괴로 동료 소방관은 죽게 되었으므로 사람이 죽게 된 결과 또한 발생하였다.

하지만 차태현이 다른 사람들을 구조하느라 동료 소방관을 구조하지 못하였다면 살인죄의 죄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도 다른 사람을 구조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동료 소방관을 구하지 못한 사정을 변론하고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을 다 구조한 뒤 동료 소방관의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경우 차태현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 처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동료 소방관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논의가 있지만 아무리 소방관이어도 건물이 거의 무너져 가는 상황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구조활동을 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번째 지옥인 나태지옥의 재판은 영화를 관람하면서 가장 의아스러웠던 부분이다. 개인의 게으름을 탓하며 처벌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대한민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근면을 강조하며 나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던 종교적인 모티브에서 나태를 죄로 규정한 설정을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의 법에서는 과연 ‘나태함, 게으름’에 대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개인의 나태함에 대하여 형사상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사회 유지를 위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직무 수행이 강제되는 경우는 그러한 의무 이행을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특정한 의무 이행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고 특수한 경우나 특수한 지위에 있는 자에게만 그 적용이 있다. 우리 헌법상 국민은 기본권으로서 자유권을 향유할 수 있는데 그러한 자유는 법적 근거에 따른 제한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어떠한 행위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게으를 수 있는 권리 또한 확실하게 보장은 해준다.

세 번째 지옥은 거짓지옥이었다. 차태현이 목숨을 잃은 동료 소방관들의 자녀들에게는 마치 그들의 아버지가 보내는 것처럼 꾸며 편지를 보내고, 자신의 어머니에게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는 등 거짓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영화에서는 차태현의 선한 의도와 거짓편지를 받은 자들에게도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 관문을 무사하게 통과한다.

현실의 법에서는 어떨까. 법에서는 거짓말한 그 자체를 처벌하는 경우(위증죄, 무고죄가 대표적인 예이다)와 거짓 즉 허위사실을 이용하여 죄를 지은 경우 처벌하거나 가중 처벌하는 경우가 있다.

거짓을 이용한 범죄로는 사기죄, 각종 위조죄 등이 있고 거짓이라는 이유로 가중처벌되는 범죄로는 명예훼손죄 등이 있다(즉 명예훼손죄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도 죄가 성립하지만 거짓일 경우 가중처벌된다). 차태현이 거짓 편지를 보낸 것은 문서의 위조에 관한 죄의 성립이 문제될 수 있으나 가족들에게 근황을 알리고 안부를 묻는 등의 내용을 담은 편지는 형법에서 처벌하는 문서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되지 않을 것이다. 즉 법에서 문서위조등으로 처벌하는 문서는 권리·의무 또는 거래상 중요한 사실증명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이후 불의 지옥과 배신지옥을 지난 뒤 마지막 관문인 폭력지옥과 천륜지옥에 다다르게 된다. 차태현이 동생을 구타하고, 자고 있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하였다는 사실로 재판을 받는 것이다.

법적인 평가를 내려 보면 일단 당시 차태현의 나이가 만14세 이상이었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동생을 구타한 것은 폭행죄에 해당할 것이고 어머니에게 가하려던 행위는 정말 죽이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존속살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차태현 스스로 범행을 그만둔 것은 미수행위로 평가받아 형이 감경될 수는 있을 것이다.

영화와 원작 웹툰에서 설정한 인간의 죄악들 중 차태현이 행하였다고 평가되는 7가지 사항이 현실의 법에서는 어떻게 달리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영화와 웹툰을 통하여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법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쉽게 다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고맙게 생각한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