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일대일 뒷담화가 명예훼손? ‘전파가능성’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5. 10. 6. 선고 2015고단31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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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년 전, 치어리더 박기량씨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프로야구선수 장성우씨가 처벌된 적이 있다. 당시 장씨는 스마트폰 메시지 앱을 이용해 여자친구 박 모씨에게 "박기량 사생활이 좋지 않다"는 문자를 보냈다. 여자친구 박씨는 문자 메시지 화면을 캡쳐해 SNS에 올렸다가 함께 처벌을 받았다.

남의 뒷담화를 2명 이상 있는 곳에서 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들었다면 타인의 명예가 상당한 정도로 훼손되었거나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뒷담화를 단 한사람이 있는데서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위 장씨의 사례에서와 같이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문자메세지를 통하여 일대일로 타인의 뒷담화를 하였다면 어떨까.

대법원의 태도는, 한 사람에게만 전파하였더라도 그 뒷담화 내용이 ‘여러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명예훼손으로 인정한다(소위 ‘전파성이론’이라고 한다). 지인 한 명에게만 뒷담화를 하였을 뿐인데 이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래는 아파트 입주민이 아파트 상가의 슈퍼 주인에게 또 다른 아파트 입주민의 뒷담화를 하였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었지만, 슈퍼 주인이 뒷담화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다. 유죄가 선고된 장씨 사건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명예훼손의 요건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2. 사실관계

상주시아파트연합회 회원들은 2014년 10월 강원도 속초로 야유회를 다녀왔다. 상주시 목련아파트(가칭, 이하 성명도 가명) 입주민이자 목련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인 이선정씨도 야유회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목련아파트 입주민인 심성보씨는 2015년 3월 초순경 목련아파트 상가 슈퍼 내에서 슈퍼 주인인 구시영씨에게 “남자들만 있는 상주시 아파트연합회 모임에 이선정이 밤에 가서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말하면서 이씨의 뒷담화를 하였다. 그 말을 들은 구씨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식으로 대답을 하고는 곧바로 본인과 친하게 지내며 이씨와도 친하게 지내는 또 다른 목련아파트 입주민 천소희씨에게 위 이야기를 하며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어보았다. 천씨는 곧바로 이 이야기를 당사자인 이씨에게 전달하였다.

이씨는 심씨가 위 이야기를 구씨에게 전달한 것이 자신의 사회적 평가(아파트 내에서의 자신의 이미지, 평판 정도로 보면 되겠다)를 저하시킨 행동으로 보고, 심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였다. 검찰 역시 명예훼손으로 인정하고 벌금 약식명령 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심씨는 검찰의 처분에 반발하여 정식재판청구를 하였고, 필자는 이 사건을 선임하여 심씨를 위하여 변론하게 되었다.

필자는 “심씨가 위 이야기를 구씨 1인에게만 전달하였는데,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며, 또한 전파성이론에 의하더라도 구씨가 피해자 이씨와 친밀할 관계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구씨가 위 이야기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공연성이 없어 무죄”라고 주장했다.

3. 판결 요지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판결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구씨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이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약 10일 후에 천씨에게 이씨가 그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놀았을 리 없다는 등 구씨 자신의 생각이 사실인지 확인한 점, ② 구씨는 이씨를 “00아”라고 부르거나 이씨의 딸 이름을 부르는 등 이씨와 친분이 있고, 천씨와 같은 상가에서 상업에 종사하는 등 천씨와도 친분이 있는 점, 이씨와 천씨는 ‘언니’, ‘소희’ 등으로 서로 부르는 등 친분이 있는 점, 구씨는 자신 뿐만 아니라 이씨와도 친분이 있는 천씨에게 피고인의 말을 듣고 하게 된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한 것 외에 다른 사람에게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말을 전하지 않은 점,③ 천씨는 구씨의 말을 듣고, 구씨에게 목련아파트에서 지난해 아파트 연합회 모임에 간 것을 두고 피고인이 말한 것이 아니냐고 한 이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이씨에게 전화를 한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구씨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하게 된 자신의 생각이 사실인지 이씨와 친분이 있는 천씨에게만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이를 넘어 구씨가 피고인의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말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판결의 의의

재판부는 “심씨가 구씨 1인에게만 이씨의 뒷담화를 한 것은, 이씨와 친분이 깊은 구씨가 달리 이 이야기를 아파트 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물론 심씨가 이씨의 뒷담화를 한 것은 바람직한 태도로 볼 수 없지만, 그 이야기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어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판결취지를 밝혔다.

이 판결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보장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의 표현의 자유 또는 뒷담화할 자유(우리 헌법 제10조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뒷담화할 자유도 이 같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명예훼손의 ‘공연성’ 요건을 합리적으로 해석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형법은 제307조에서 “공연히 사실(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처벌한다”며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문구를 통하여 보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1) ‘공연히’ - 공연성 :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함.

2) ‘사실을 적시하여’ -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할 것. 만약 이 같은 사실의 적시가 아닌,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이라면 명예훼손죄가 아닌 모욕죄가 성립. 예) “애꾸눈, 병신” “아무것도 아닌 똥꼬다리 같은 놈” “빨갱이 계집년” 등 - 모욕죄

3) ‘사람의 명예를 훼손’ - 사람의 외적 명예(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내용일 것. 예) “(주)진로가 일본 아사히 맥주에 지분이 50% 넘어가 일본 기업이 됐다” - 이는 가치중립적 표현으로서, (주)진로 회사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

그럼 이제 위 세 요건 중 공연성 요건과 관련하여, 특정한 1명에게만 전달한 경우에도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대법원의 판시는 다음과 같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지만, 반대로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게 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도2877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1000 판결 등 참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하에 따라 공연성을 판단하는 것이 판례에 의해 확립된 ‘전파성 이론’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경우에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볼 것인가.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사례1. 이혼소송 계속 중에 남편(갑)의 친구(을)는 남편(갑)에게 유리한 증거자료인 진술서를 작성해주었고, 위 이혼소송 계속 중 남편의 처(병)는 남편의 친구(을)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남편(갑)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구가 기재된 서신을 동봉한 경우
· 공연성 결여(대판 2000. 2. 11, 99도4579)
· 이유 : 남편(갑)의 친구(을)는 남편(갑)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작성해줄 정도로 남편(갑)과 가까운 사이였으므로 남편(갑)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는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

사례2. 갑은 ‘동네사람 병’과 ‘을녀의 시어머니 정’이 있는 자리에서, “을녀는 시커멓게 생긴 놈하고 매일같이 붙어 다닌다. 점방 마치면 여관에 가서 누워 자고 아침에 들어온다”고 말한 경우
· 공연성 인정(대판 1983. 10. 11, 83도2222)
· 이유 : 을녀의 시어머니 정은 을녀와의 신분관계상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으나, 동네사람 병은 을녀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므로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

생각건대 대법원은 ‘청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따져서, 그 둘이 친한 관계이면 전파가능성이 없고, 그렇지 않다면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고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하지만 위 기준은 전파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다시 장씨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장씨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만 박기량씨의 뒷담화를 하였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박기량씨와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여자친구가 SNS에 그 내용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이미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장씨는 처벌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SNS상에 유포까지 하였기에 여자친구도 같이 처벌되었다.

아파트 사건은 어떠한가. 심씨가 이씨의 뒷담화를 구씨에게만 하였지만, 다행히도 구씨는 이씨와 가까운 사이였다. 따라서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심씨는 처벌되지 아니하였다.

5. 나가며

일대일로 타인의 뒷담화를 할 기회(?)가 종종 있다. 단 둘이서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까지 무슨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나갈 가능성이 있다면 처벌될 수 있다고 보았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남광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