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집단소송 늘어날수록 애로사항도 속출···숙박앱 '여기어때' "원고 위임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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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소법정 내부 [사진=대법원 제공]


집단소송이 늘어나면서 원고 측의 위임여부를 두고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들이 대립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손해를 배상해야하는 피고 측은 원고 측이 위임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어디까지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6년 집계된 민사사건은 473만5443건으로 전체 소송 사건의 70%에 달한다. 이중 건물 명도소송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손해배상 소송으로, 한 해 동안 3만1780건(11.0%)이 제기됐다.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을 상대로 국내 소비자 다수 역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구형 아이폰 성능을 일부러 낮춰 판매한 애플을 상대로 그동안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한 법무법인이 피해자를 모집하기 시작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32만명이 달하는 피해자들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 집단소송의 애로사항...위임 여부 증명하라?

집단소송을 위해 피해자들이 모여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법무법인이 먼저 피해자들을 모집하는 경우 등이 있다.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 규모가 커질수록 피고 측에서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모든 원고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과 법무법인 등에 소송을 위임했다는 것을 재판 과정에서 입증하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일부 카드사 고객들은 1억건이 넘는 개인 정보 유출 이후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카드사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원고 측이 모두 정보 유출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정보 유출이 됐다는 온라인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해서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의 원고가 참여하는만큼 피해가 없어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원고 측 변호사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원고 가운데 장년층의 경우 인터넷을 잘 모르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라는 것은 소송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의료사고 등 다양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는 피고 측은 원고가 스스로 피해를 입증하라고 주장해 재판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숙박 앱(App) ‘여기어때’ 사용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도 원고 위임을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앱이 해킹을 당하자 숙소 예약을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했던 이용자 일부에게 음란문자가 발송됐고, 이에 수백명의 이용자들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피고 측은 “원고 개개인이 원고 측 법무법인에 소송을 위임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이메일, 전화번호 등을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소송 대리인에 대한 위임이 입증됐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고 측 윤제선 변호사는 “증거자료를 보면 의뢰인 정보가 다 기재돼 있는데 소송위임을 다투는 건 좀 지나치지 않냐”며 “캡처 사진을 증거로 전달해달라고 했고 개인정보를 전부 입력해 자료 제출했으면 위임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재판부는 “원고 모집 당시 소송 위임에 동의하는 대상에 한해 구글 문서를 이용해 개인 정보를 제출받았다”고 말했고 재판부는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천천히 보완하라”고 답했다.

◆ 피해보상 범위 두고도 입장 대립

방송통신위원회는 사건 이후인 지난해 9월 ‘여기어때’ 개발업체인 위즈이노베이션이 개인정보 보호조치와 개인정보 파기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등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원고 측은 이를 증거 자료로 제출하며 피고가 음란문자를 받은 피해자들에게는 큰 손해배상을 하되 모든 원고에게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자를 받았던 한 피해자는 “문자를 받자마자 손이 덜덜 떨렸고, 혹시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돼 일주일간 잠도 제대로 못잤다”며 “회사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도 앞으로 그럴 일 없다는 식으로만 응대를 해 화를 속으로만 삭히던 중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피고 측은 방통위가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해킹 행위로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협박성 문자를 받지 않은 이들에게는 손해배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정손해배상제도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법정손해배상제도란 원고 측이 피해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법률에 규정된 손해배상액 규정에 근거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2016년 3월 22일 정보통신망법상에서 개정된 후 그해 7월부터 시행됐다. 피해자의 피해 규모와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힘들었던 기존 정보유출 사건에 비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