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상화폐 종일 논의했지만 비판만 일색…대안은 '제자리걸음'

대안 없이 비판만하는 국회…여전히 "조율 중"이라는 정부

블록체인협회 "법무부, 기술 이해 부족…과외 해주고파"

법무부 "업계, 가치없는 가상화폐 '향후 금 된다' 강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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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른쪽부터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대응방안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국회로 넘어왔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규제방침으로 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18일 온종일 국회는 가상화폐 관련 논의의 장을 열었다. 그러나 국회 역시 제대로 조율하지 않은 정부 대책으로 인해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 외에 현실적인 대처와 관련해선 해묵은 주제를 반복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오후, 국민의당은 지난해 자유한국당·바른정당에 이어 '가상화폐 열풍, 정부 대책의 한계와 올바른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가상화폐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 대안 없이 비판만하는 국회…여전히 "조율 중"이라는 정부
 
정무위에선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최근 거래소 폐쇄 등 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가상화폐 투기근절 대책을 내놨다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국회는 투기 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뾰족한 묘수를 마련하지 못했다. 가상화폐 투기 근절은 입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지만, 국회는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시세 조정 등 사기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후 아무런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한 상태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잘못된 화재진압 방식을 연상시킨다면서, "정부는 불이 났는데 소화전을 한쪽에만 막 갖다 대고 수압을 계속 높이는 꼴이다. 이래서 불이 꺼지겠느냐"면서 "대응방식이 너무 급했고 종합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 역시 "정부가 '거래소 전면 폐쇄다, 거래소 폐쇄 옵션이 살아있다'고 얘기하니 투기에서 정상적 거래로 전환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사람들이 회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정책은 총체적으로 인식이 잘못됐고 갈팡질팡한다"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대책으로 내세운 것들도 정치적 대증요법"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화폐'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되는데 청와대가 '암호화폐'라고 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제2 저축은행 사태를 기억하느냐. 최근 빗썸의 환급요청 지연 현상을 보자면 제2 저축은행 사태가 예견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이 쏟아지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정부가 가상화폐 대책을 세우면서 법무부에서는 거래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또 한쪽에서는 요건을 갖추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소는 인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정부 부처 간에도 극과 극의 의견들이 나와서 그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김관영 의원.  [사진=연합뉴스]

◆ 가상화폐 업계 VS 법무부 VS 금융위, 팽팽한 신경전
 
정부 부처 간 의견이 '극과 극'이라는 홍 실장의 발언은 이후 토론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론, 토론회는 정부 입장이 아니라 발제자 개인의 입장임을 전제로 했지만 금융위, 법무부, 정치권, 업계는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평행선을 달렸다. 2016년 11월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지만 의견 조율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빨리 합의된 규제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위원회 측은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인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투기'에 해당하는 부분만 규제할 것을 강조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은 "가상화폐 자체를 범죄화하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충분히 동의한다"면서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가상화폐가 아니라, 가상화폐가 주식처럼 투자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가상화폐의 법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가상화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장래에 '화폐, 금'처럼 지급 수단이 된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화폐나 금이 안 된다면 무가치인데 누가 사냐"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전 세계 기축통화가 되려면 비트코인 하나가 수십조원이 돼야 가능하다. 전 국민이 이용하려면 기술적인 부분 한계가 드러나서 아직 멀었다. 그런데 분위기만 들떠서 사람들이 뭔지 몰라서 (투자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 단장은 "한국에서 만든 가상화폐는 없다. 전부 미국, 일본에서 만든 것이고,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가상화폐를 사고, 외화만 유출되고 피해만 속출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규제 방안을 들은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왜 그동안 모든 일이 꼬여왔는가, 오해가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금융위의 규제 방안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우리도 투기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해 빨리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시장 규제는 실험과 시도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법무부를 향해 "제가 최저임금만 받고 과외공부를 해드릴 용의가 있다. 기술 정보에 대한 팩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고만 하면 개설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등록제로 바꿔 금융감독원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거래자들의 자산을 100% 은행 등에 예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제하는 방안, 그리고 암호화폐에 대한 옥석 가리기 등을 규제안으로 소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축사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분석과 검토 없이 대책 내놓고 갈팡질팡해 혼란만 키우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국민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정부가 작전세력이 돼서 오히려 투기 도박으로 만드는 형국"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