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주취 범죄자 심신미약 감경은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원칙인가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사진=이승훈 변호사]

만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형을 감경해 주는 심신미약 감경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나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아동 성폭력 사건의 범인인 조두순의 2020년 석방 문제가 이러한 논의의 도화선이 되었다.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 달라며 대대적 국민 서명 및 입법청원이 진행되었고, 민유숙 대법관 입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도 조두순의 조기 출소 문제가 대법관의 자질 검증의 요소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사실 이 부분 논쟁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 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던 해묵은 논쟁거리다. 조두순 사건 이외에도 주취 운전자가 이른바 뺑소니 사건을 일으켜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사상의 결과를 일으키고도 그 형량이 크게 감경되는 등의 문제로 피해자 측 가족들의 원성을 사는가 하면, 술자리에서 만취한 상태에서 동석자와 다툼을 벌이다가 우발적 살인을 감행한 경우에도 일반적인 살인 범죄와는 달리 형량을 크게 감형해 주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러 차례 표출된 바가 있다.

이 문제는 주취자가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책임무능력자라는 점에서 넓게는 비교적 최근인 강남역 조현병 환자의 여성 살인 사건, 인천 여아 살해 사건 등과도 큰 관련이 있기도 하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주취 범죄자 심신미약 감경은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가. 다른 나라는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가.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지난 2017. 12. 20.에 국회에서 있었던 민유숙 신임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위 후보자가 당시 답변한 내용에 담겨 있다.

당시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는 “성범죄에 있어 음주감경을 배제하자는 주장의 취지를 잘 안다”라면서도, “형법상 대원칙 중 하나인 심신미약 감경 중에 음주만 배제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도대체 형법상 대원칙 중 하나인 심신미약 감경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왜 여론을 잘 모를 일 없는 대법관 후보자도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심신미약 감경은 형법에 규정되어 있다. 즉 형법 제10조 제1, 2항은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버터플라이]

사실 법규정이라는 것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고, 이에 따라 국회가 만들기도 하지만 폐지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다수 의결로 위 조항을 폐지해 버리면 그만이다. 국회의 의지에 따라 일단은 이러한 논쟁이 모조리 해소될 수도 있다. 국민적 여론이 절대적인 점을 고려하면 국회가 위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다수의 표를 확보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조두순 사건 이후에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를 제정하여, 오로지 성범죄의 경우에만 심신미약 감경을 하지 않아도 될 근거를 마련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는 오로지 성범죄에만 국한되는 예외 규정뿐이고, 그마저 심신미약 감경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강제적 규정이 아니라, 법원이 심신미약 감경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내용의 임의적 규정뿐이며, 심지어 위 조항 자체도 위헌 소지가 강하게 일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국회는 왜 강제적 규정을 제정하지 못하고, 성범죄 이외의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정을 제정하지 못하며, 어렵게 제정한 위 규정이 위헌으로 무효가 될 우려마저도 있는 것일까. 바로 ‘책임주의’ 때문이다.

책임주의는 “책임 없으면 범죄도 형벌도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사실 필자도 변호사로서 법학도 시절, 사법시험 공부 시절, 그리고 사법연수원 시절에 귀에 못이 박이도록 절대불가변의 명제로 익힌 내용이기도 하다.

혹자는 미국 같았으면 조두순 같은 경우는 수십 년은 고사하고 수백 년의 형이 선고되었을 것이라며, 심신미약 감경을 하는 대한민국의 법체계 및 사법부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임주의를 기반으로 한 심신미약 감경은 비단 대한민국에만 있는 법리가 아니다.
 

[사진=ㅂ버터플라이]

미국도 마찬가지이고, 필자가 아는 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이 법리를 채택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형법은 일본법을 계수하여 제정된 것이고, 일본법도 독일법을 계수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위 법리는 사실 유럽의 대륙법 체계의 산물이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논리가 아니다.

사실 책임주의의 의미 및 연혁을 살펴 보면 왜 이것이 꼭 필요한 대원칙인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책임주의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책임능력’인데, 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능력’을 의미하고, 이러한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벌하지 않거나 그 형을 감경하는 것이 책임주의의 핵심이다.

만 13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사리분별이 불가능하거나 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정신질환자, 그리고 명정(주취)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3세보다 더 낮추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논란거리와 무관할 정도의 아주 어린 아이, 예를 들어 6세 아동이 자기 행동의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모른 채 중증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어 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경우, 마찬가지로 6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세 정신질환자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을 경우 과연 그들을 벌할 수 있을까. 그들을 벌해서 감옥에 투옥해야만 하는 것일까. 6세 아동은 형벌의 대상일까. 아니면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의 대상일까. 위 정신질환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형벌의 대상일까, 치료의 대상일까.

여기서 위 6세 아동과 6세 지능의 정신질환자가 교육 및 치료의 대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책임능력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취자는 어떨까. 명정자는 책임능력이 있을까. 이는 법학의 문제가 아니다. 의학의 문제이다. 의학상 이미 주취자도 정신질환자 수준 또는 그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상당 수준으로 사리분별력이 없다는 점이 객관적인 실험 데이터로 증명되어 있다.

그러면 주취자만 다른 유형의 책임무능력자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있을까. 여기서 주취자의 심신미약 감경을 폐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대두된다. 6세 수준의 사리분별력을 가지게 된 주취자를 6세 아동과 6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정신질환자와 책임능력의 관점에서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의학적, 법적 근거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취자의 경우에만 심신미약 감경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가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를 훼손한 것으로서 위헌이 될 여지도 있는 이유다(물론 위헌이 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지, 헌법재판소가 이처럼 결정한 적이 없는 이상 위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달리 판단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취자에게 심신미약 감경을 계속해 주어야만 하는 것인가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가 제정된 이후 법원은 주취자의 성범죄에 심신미약 감경을 하는 것에 대해 극히 소극적이다.

사실 주취자는 스스로 책임무능력 상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책임무능력 상태에 이르게 된 유아와 정신질환자와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형법 제10조 제3항도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범죄를 예상하면서 스스로 술에 취한 사람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심신장애 및 심신미약 감경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물론 조두순이 사전에 범죄를 예상하고 술에 취한 것인지, 술에 취할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술에 취하여 책임무능력 상태에 빠진 이후에야 범행을 결의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은 사실 어느 사건에서나 명확히 검증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주취자가 스스로 술에 취한 후 범죄에 이르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여, 종전에도 술에 취하면 소위 나쁜 짓을 한 적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술에 취해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술에 취할 때도 같은 행동 내지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을 것이고, 이 경우 위 형법 제10조 제3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위헌 결정이 나지 않은, 어쩌면 나지 않을 수도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도 심신미약 감경을 배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검토를 거쳐도 심신미약 감경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범죄자 스스로가 자신의 의지때문에 술에 취해 책임무능력 상태를 일으켰다는 점을 가중적 양형요소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분간은 조두순의 경우와 같은 위험한, 그리고 너무나도 극심한 반사회적 결과를 일으킨 사람의 조기 출소라는 국민의 법감정에 심히 반하는 판결은 선고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주의를 수정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도 법조인으로서 절대불변의 진리처럼 공부했던 책임주의를 쉽게 포기하는 결단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선은 현재 존재하는 법이론 및 법규정을 통해 위와 같이 극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판결이 선고되는 일은 지양하되, 장기적으로는 과연 책임주의가 절대 손도 댈 수 없는 치료불가의 환부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및 의료계, 국회, 국민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글=이승훈 변호사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변호사사무소 #법률사무소 #법률상담
 

[사진=엠휴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