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일몰 후 경찰이 영장 없이 개인 주거지에 들어갈 수 있을까

  •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7. 10. 31. 선고 2017고단22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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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진 변호사 
입력 : 2017-11-20 15:33
수정 : 2017-11-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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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사관이 개인의 자택 안에 들어가 수색을 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택은 개인 인격과 사생활의 가장 밀접한 부분이다. 아무리 수사 목적이라 할지라도 자택을 임의로 수사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 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래 사례는 필자가 변호를 맡은 사건으로, 야간에 경찰이 자택에 들어가서 수사하는 경우의 위법함을 주장해 무죄를 받아낸 사건이다.

2.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7년 3월 17일 오후 6시 15분경 모 병원에서 자신의 처 김연희(가명)를 자동차에 태우고 집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오후 6시 30분경 파출소로 전화를 해 피고인의 차량 번호와 이동 경로를 알려주면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다.

이에 주변을 순찰 중이던 상주경찰서 소속 경위 진성춘(가명)은 차량 번호를 검색해 주소지를 파악했다. 오호 7시 6분경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 도달했다. 이어서 진성춘은 피고인의 현관 문을 두드렸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피고인은 간단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진성춘은 오후 7시 18분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을 했는데, 그 수치가 0.142%로 나왔다.

검찰에서는 피고인이 혈중알콜농도 0.08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주거지에서 해당 병원을 경유, 다시 위 주거지까지 음주운전을 했다고 보고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기소를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필자는 “야간에 영장도 없이 피고인 및 피고인 처의 동의 없이 피고인의 자택에 들어와서 음주측정을 한 것은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3. 판결요지

법원은 이 사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은 아래와 같았다.

“당시 경찰관 진성춘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가면서 피고인이나 김연희의 허락을 받았다고 입증할 명확하고 명백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증거로 제출된 임의동행보고, 내사보고, 무면허운전 정황보고에는 모두 ‘피고인의 집에 들어갔다’는 취지의 기재만 있을 뿐, 당시 명확한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다. 진성춘이 피고인이나 김연희로부터 동의를 서면으로 받았다는 자료도 없다. 그렇다면, 경위 진성춘이 일몰 후 주거지에 영장 없이 들어간 이 사건에서 수사관이 주거지에 들어갈 때 피의자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고 언제든지 자유로이 수사관에게 퇴거를 요청할 수 있음을 명확히 알려주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주거지 내 수사가 이뤄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진성춘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간 것은 적법절차를 위반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고, 진성춘이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요구를 해 음주측정이 이뤄졌다면 이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수사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은 채 획득된 것으로서 그 결과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 이는 수사기관이 위법한 상태를 이용해 증거를 수집하는 등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했고 해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후 피고인이 임의동행에 동의했다고 해도 그 이전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 진성춘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가 수사를 한 것이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제211조 제1항이 정하는 영장주의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달리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혈중알콜농도 0.08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돼 무죄다.”

즉, 재판부는 해가 진 이후에 개인의 주거지에 영장 없이 임의수사 방식으로 들어가 수사를 진행함에 있어서는 수사관이 주거지에 들어갈 때 피의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언제든지 자유로이 수사관에게 퇴거를 요청할 수 있음을 명확히 고지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받았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증명된 경우에 한해 그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4. 판결의 의의

대법원의 판시는 이렇다.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제한돼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데도 이를 억제할 방법이 없다. 이를 통해서는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줬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수사관서 등에 동행이 이뤄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해 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수사관이 영장 없이 피의자를 임의로 경찰서나 파출소에 데려가서 수사를 하는 행위에 대해 피의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동행이 이뤄졌음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그 수사의 적법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수사관이 피의자를 수사관서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사관이 피의자의 주거에 들어오는 경우로서 사안을 달리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야간에 개인의 자택에 들어가는 수사방식에 있어서 그 적법성 여부의 판단 역시, 수사관이 주거지에 들어갈 때 피조사자(자택 주거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언제든지 자유로이 수사관에게 퇴거를 요청할 수 있음을 명확히 알려 주는 등 역시 피조사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이뤄졌음이 명백할 것을 조건으로 비로소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비록 하급심 판결이긴 하나, 엄격한 요건 하에 야간에 개인의 자택에 들어가는 수사방식의 적법성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써 의미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제199조 제1항에서 “수사에 관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에 있어서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이 원칙은 많은 경우 아직 정식의 수사 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그 적용에 유의해야 한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등의 취지 참조).

특히 형사소송법(제125조)은 “일출 전, 일몰 후에는 압수·수색영장에 야간집행을 할 수 있는 기재가 없으면 그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타인의 주거, 간수자 있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또는 선차 내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몰 후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영장에 의한 경우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엄격한 조건을 부가하고 있다.

그리고 주거는 사생활의 중심으로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불가침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개인의 생명, 신체, 재산의 안전은 물론 나아가 인간 행복의 최소한의 조건인 개인의 사적 영역이 지켜질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5. 11. 26. 선고 2014헌바436 결정 등 참조)

마지막으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의자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수사관이 주거지에 들어갈 때 피의자에게 수사관 진입 및 퇴거 가능 여부와 이에 대한 동의를 받았음을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증명된 경우에 한해 그 적법성이 인정된다.

이것은 수사기관의 위법 수사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지하고, 개인의 인권과 사적 영역을 합리적으로 보호한 매우 탁월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5. 나가며

만약 수사관이 야간에 자택에 들어가서 수사하겠다고 요구했을 경우, 당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영장을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영장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그 영장에 야간 집행을 할 수 있다는 기재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만약 영장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라면, 수사관은 마땅히 당사자에게 “저희가 자택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그리고 자택에 들어와서 수사하는 것에 동의를 했더라도, 언제든지 저희들의 퇴거를 요청할 수 있다”라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당사자는 그런 점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고 동의를 해야 한다.

위의 두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수사는 비로소 적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실이 없었다면, 그러한 수사는 위법한 것이다. 또 그 수사 과정에서 수집(압수)된 증거와 그 증거로부터 생성된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수사 과정 또는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야 한다.

[남광진 변호사(남광진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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