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시 미래의 퇴직금·퇴직연금 분할 대상…"나누는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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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이혼할 때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분할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판결이 앞으로 이혼 소송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는 이혼소송 당사자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퇴직할 때 얼마를 받게 될지 소송단계에서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의 퇴직급여는 이혼 시 나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이혼소송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퇴직한다고 가정하면, 얼마를 받게 되는지를 추정해 이를 나눠 가지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사실심 변론종결일은 통상적으로 2심 재판의 변론이 종료된 시점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16일 교사 A(44) 씨가 연구원 남편 B(44) 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44) 씨는 14년간의 결혼 상활을 끝내고 2010년 남편 B(44)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A씨의 남편은 항소심에서 아내가 앞으로 받게 될 퇴직금을 나눠달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모두 아내 40%, 남편 60%라고 결정했다.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데는 부부의 결혼기간과 양측의 월 소득액, 직업, 가사노동과 육아에 힘을 쏟은 비율 등이 고려된다.

아내의 퇴직금은 1억1000만 원, 남편의 퇴직금은 4000만 원이라고 보면 앞으로 아내는 40%인 6000만 원, 남편은 60%인 9000만 원을 나눠 가지게 된다.

다만 재산분할비율은 특정한 계산 공식이 존재하지 않고 결혼기간이나 재산 형성에 부부 쌍방이 기여한 정도 등에 따라 재판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개별 이혼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이혼할 당시 이미 퇴직해 매달 연금 형식으로 퇴직급여를 받는 경우에도 배우자와 나눠 가져야 한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연금 수급권자의 남은 여명을 알 수 없어 얼마를 받게 될지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다른 재산과 별도로 기여도 등을 따져 분할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또 매월 수령할 퇴직연금의 일정액을 상대방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판결을 이끌어 낸 법무법인 서울중앙의 양정숙 변호사는 "그동안 부부 재산의 구성은 달라졌는데 재산분할제도는 이를 못 따라온 측면이 있다"며 "판례 변경으로 공평한 재산분할이 가능해진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경제활동을 해온 쪽은 이혼 후에도 연금으로 어렵지 않은 생활을 하는 데 비해 연금을 받지 못하는 가정주부 등은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 이런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